안녕하세요?

임신부터 푸름이 닷컴을 알고 6년 동안 두 아이를 키워오고 있습니다. 특히 큰 아이는 더욱더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정말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화를 낸 적도 없었고 큰소리쳐 본적이 없었습니다. 조용조용 부드럽게 늘 훈계를 했습니다.

성격이 온순하고 수줍음이 많고 겁이 많아 늘 엄마주변에만 맴돌았습니다. 남들이 엄마 껌딱지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 엄마 사랑 듬뿍주자’라는 심정으로 늘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무릎에 앉혀  아침저녁으로 늘책을 읽어주며 키워왔습니다. 그래서 어휘력도 풍부하고 숫자놀이도 좋아하며 시계보는 법도 쉽게 깨우쳤습니다. 학습지 푸는 것도 좋아하고 한동안 도전골든벨이나 장학퀴즈 프로그램을 자주보곤 했습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것보다는 형, 누나들이 나와 문제를 맞추는 과정들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싫어하지 않는 범위 내 국어와 수학과 연산 학습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격이 내성적인 탓에 놀이터에 놀러 가도 다른 애들이 있으면 그 자리를 피합니다.

미끄럼을 타다가도 다른 애들이 오면 냉큼 비키고 제게로 달려옵니다. 밖에 나가도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인사도 하지 않고 쁘다고 몇살이야등의 질문을 해도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들 입장에서 보면 참 버릇없어 보이겠죠)

어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잘 가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애를 보며 속태우시며 엄마가 애를 이렇게 키워 낯을 가리고 어른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는다며 나중에 유치원에 가도 적응도 못하고 왕따당할거라고 늘 걱정하셨습니다. 걱정으로 하신 말씀이라 이해는 하지만 엄마인 제 입장에서는 참 듣기 싫은 말이였습니다.

잠자리에 애를 쓰다듬으며' 은유는 엄마아빠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니까 은유는 주변 사람들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며 어른들에게도 인사도 잘하고 예의바른 은유가 되자'고 늘 얘기해주곤 했습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엄마인 제가 늘 이렇게 아이에게 얘기 해주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언젠가 은유가 이해하고 받아들일거라고 늘 믿고 있기 때문에 은유의 행동에 큰 문제를 삼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6살이 되고 처음으로 학교병설유치원에 보냈습니다. 입학일이 다가오며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잘할까?...

2주가량을 잘 나가고 있습니다. 은유의 반응은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은유 유치원 선생님의 말을 듣고 이틀째 걱정과 답답함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은유가 언어, 조작능력, 이해하는 능력 등 지적 수준은 또래 애들과 눈에 띄도록 월등한데 사회성이 문제인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선생님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질문을 해도 동문서답이 나온다고 합니다. "움직이는 로봇만들어야 해"라는 식의 대답...

다함께 모이는 시간에도 은유 혼자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친구들과도 어울려 본적이 없고 늘 혼자이거나 선생님만 따라 다니며 단체시간에 돌아다니며 집중력이 없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은유의 내정석인 성격과 남 앞에 드러내는 것 싫어한 성격인지라 나름대로 탐색과 적응 기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나?

집에서 동생과도 잘 어울리고 학습지도 앉은자리에서 2~3권 거뜬히 풀어내고

집중해서 책을 10권 내외 읽는 모습에 집중력에 부족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인정하기가 싫어집니다.

왜 애들과 안놀아?라고 은유에게 물어보면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친구들이 싫어서도, 창피해서도, 무서워서도 아니랍니다. 그냥 엄마 물음에 대답해 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기도 자기 마음을 모르겠다고 합니다. 뭔가 은유 내면에 억압된 게 있었을까요?

..........................................................

[닉네임: 다니엘러브]

다니엘러브님.

친구들이 싫어서도, 창피해서도, 무서워서도가 아니라는 말에 답이 있네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서 입니다. 아이는 내면에 즐거움이 많기에 자신의 존재를 자기의 내면에서 찾고 있습니다. 다시표현하면 남에게 의존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왜 혼자 있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에 대한 엄마의 걱정이 있지만 불신도 함께 있습니다. 아무리 똘돌해도 아이 입니다.아이에게 자신의 무의식에 흐르는 감정을 말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 입니다.

아이를 잘 키운 엄마들이 처음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처음으로 사회에 나갈 때 입니다. 유치원에 가면 반듯이 엄마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시간이 오지요.

아이는 자기주장이 분명하며 호기심도 많습니다. 순응되지 않았기에 질서에 민감하기도 하지만 질서를 넘어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이의 자유로움이 감정이 억압된 선생님의 그림자를 건드리기도 하지요. 자신의 수치심을 억압한 훈육하는 것을 교육이라 생각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그런 아이에게는 시련이 시작되지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재단합니다. 그리고 엄마를 끌어 들이지요. 만일 엄마가 그런 선생님의 말에 동조하여 선생님 편에 서면 그 아이는 희망이 없습니다. 결국에는 엄마와 끊임없이 투쟁하고 마찰을 빚는 것을 저는 누구보다도 많이 보았습니다. 푸름이는 초등2학년 때 그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유치원 한번가지 않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푸름이는 1학년 때는 푸름이의 자유로움을 이해하는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산수를 해도 자기 나름대로 푸는 푸름이는 칭찬을 많이 받았지요.2학년에 올라가서 청소를 해주기 위해 1학년 담임 선생님 반에 푸름이가 찾아 갈 정도 였습니다.

2학년 때는 아이에게 숨쉴 수 없는 여유를 주지 않는 선생님 이었습니다.누가 뭐라 해도 우리 부부는 푸름이를 믿었습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사람을 배려하고 사회성이 뛰어난 지는 부모와 아이 사이를 보면 알지요.

남들은 푸름이가 학교를 다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졸업했습니다. 며칠전에 일본에 있는 푸름이가 걱정되어 집에까지 찾아온 푸름이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자신은 정말 푸름이라는 훌륭한 친구가 있는 것이 행운 이라는 말을 합니다. 아버지인 제가 보아도 정말 푸름이처럼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배려하고 뛰어난 사회성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 합니다.

저는 지난 10년 동안 친구를 만나지 않았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지만 제자신의 고유함은 그대로 유지 합니다.혼자 있는 시간을 즐깁니다. 그러나 다름 사람과 교류 할 때는 그 또한 즐기지요.

은유는 아이 입니다.남과 자신의 경계를 분명하게 구별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가 세상에 나갈 때는 엄마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점차 자신의 의지로 남에게 인사를 하고 교류를 나눌 시간을 아이에게 주어야 하지요. 섬세한 아이를 외부의 압력에 굴복 시키면 받는 상처도 그만큼 크지요.

아이가 뛰어나면 뛰어 날수록 엄마의 아이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깊어야 합니다. 다시표현하면 엄마가 자신을 믿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아이는 잘 자랐습니다. 그렇기에 또 한번의 엄마의 성장을 요구하네요. 사회성에 대한 엄마의 그림자를 살펴보시고 사회성과 상호의존에 대해 구별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