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정말 싫어지는 날이었어요.
다른 때보다 회사일이 많아 늦게 끝이 났습니다. 지치기도 했고 피곤한 상태였어요.
아이 때문에 잠을 많이 못 자거든요.
집에 오니 베이비시터 이모가 둘째 아이가 여섯시에 낮잠에서 일어났다합니다.
절망이었어요. 그러면 애기가 새벽 한시까지 안 잘테니까요.
다행히 남편이 화이트데이라고 일찍 온다하더군요. 맥주마시자고요.
사실 전 남편과는 육아방식이 다릅니다. 저는 푸사모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반면
신랑은 제가 열심히 하니 본인은 안 해도 된다고, 마음 편히 티비보고, 게임도 하고 그럽니다.
그럴 때면 부화가 치밀지만, 그래서 남편이 맨날 애들 잠든 뒤에 오는 것도
사실 교육상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늘따라 일찍 온다니 피곤한 마음에 반갑기도 하고 그래서 빨리 오라했죠.
집에 와서는 술을 마시더니 또 티비를 켭니다. 큰아들과 같이 티비를 보았죠.
제 딴에는 간만에 일찍 오면 책도 읽어주고 놀아줫음 싶은데.. 좀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피곤한지 큰아들과 금방 잠이 들더군요.
둘째는 또랑또랑 해서 잘 생각도 안하고 보채고요.
일찍 온다는 게 오히려 집안만 더럽히고 저를 더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울고 보채는 둘째를 달래주지도 않고 내버려두었어요. 좀 들으라구요.
아.. 저 너무 잔인한가요?
스스로 제가 너무 싫어집니다.
남편에 대한 화풀이를 애꿎은 애기한테 하잖아요.
지금 이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정말 미칠것 같아서 글 남깁니다.
남편과는 왜 대화가 안되는 걸까요?
그리고 저는 어쩌면 이렇게도 인내심이 부족한 걸까요?
답변 좀 부탁드립니다.
[닉네임: oyuna ]
oyuna님.
남편이 육아를 안도와주면 속상하지요.
더구나 맞벌이를 할 때는 직장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기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지치는 것도 사실 입니다.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 것은 일단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를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모르기에 자신이 받아온 교육방식 그대로 아이에게 하지요.
모르기에 육아를 아내에게 떠 넘기지요. 그러면서 육아에서 소외됩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편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중요한 삶의 일부분을 잃어 버리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한 추억이 없지요.
푸름이닷컴에서 누누이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이야기 하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받지 못했는지를 알아야 아이에게 무엇을 주지 못하고 있는지도 알기 때문입니다.
육아에 자발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내면 아이에 대한 자각과 치유경험이 있어야 하지요.
둘째는 남편 안에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육아를 회피하려 하지요. 그런데 남편의 육아에 대한 두려움을 님이 공감해주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남편이 집에 들어오면 집을 더럽힐 것 같다는 말이
님의 내면에서 남편을 육아의 조력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방해자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님이 육아를 열심히 하는 이유도 나는 이렇게 아이를 열심히 키우는데
당신이 도와준 것이 무엇이 있느냐를 묻기 위한 육아인지를 보셔야 합니다.
다시 표현하면 남편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편을 육아에서 제외시키고 님의 영웅적인 육아를 알아달라는 희생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지를 깊이 생각해보세요.
남편이 미워서 아이가 우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남편을 협박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의 기전에는 남편에 대한 의존이 있습니다.
이는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솔찍하게 자신의 내면을 남편에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솔찍하게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표현하면 남편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기에
표현할 수 없고 그로 인한 분노를 아이에게 떠 넘기는 것이지요.
남편이 육아에 들어오기를 원하지만 막상 들어오는 것도 두렵습니다.
남편이 육아에 들어오면 님의 남편에 대한 도덕적 우위도 포기해야하고
육아과정에서 님의 내면에 있는 수치심도 남편에게 들킬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남편은 변화되기는 어렵지요.
님이 염려하는 인내심의 부족은 님의 내면화된 수치심과 관련이 있습니다.
스스로 제가 너무 싫어진다는 표현에 님이 자신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지가 나와 있습니다.
짧은 글로 다 설명하기에는 어렵습니다.
푸름 아빠 질문답변 난에 제가 쓴 글을 죽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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