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떨어지기 싫다며 우는 아이. 그냥 두고 도망치듯 유치원을 나와 버렸습니다. 지금에 와서 제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 보면, 저 나름대로는 어린이집 시작 보름 전부터 하루 30분씩 원에서 놀아서 어느 정도 아이가 익숙해졌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또, 어린이집 등원 처음 이틀 동안은 저와 함께 복도에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것을 구경했는데, 아이가 교실문을 열었다 닫었다 들어갈까 말까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 관심만큼 제가 있어 오히려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리고, 저희 가족이 다니는 교회 유아촌(4-5세 아이들이 부모없이 예배드리는 곳) 예배에서도 저와 떨어지지 못해 7개월 정도를 저와 함께 다니고 있는데, 유치원도 교회처럼 떨어지지 못할 것 같았기도 하구요..
지금 생각하면, 교회에서 1시간도 저와 떨어지지 못하는 아이에게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도 들고, 떨어지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과정을 생략한 것이 후회도 되네요.. 제 몸이 안 좋아서 좀더 편하게 치료받을 이유로 아이를 급하게 떼어놓았던 것 같아요.
이틀정도 저와 떨어져 어린이집 생활했던 저희 아이.. 집에 와서도 우울한 생각에 한참을 흐느끼고, 밤에는 "아침이 안 왔으면 좋겠어", "내가 엄마 없이 정말 잘 할 수 있을까?"를 되풀이하며 울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우는 아이를 보고 더 이상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 딸은 제 품에 있는 것이 아직 1년도 안되었기에 마음을 비우고 그 시간만큼 더욱 사랑해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니다 그만둔지 이제 9개월 되었어요) 하지만, 친구들을 좋아하면서도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몰라하는 딸을 보면서, '조금만 더 하면 딸은 잘 적응했을텐데.. 엄마가 문제다'라는 원장님의 말씀에 마음이 흔들립니다. 제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건 아닐까요..
지나치게 남을 의식해 눈치 보는 저희 딸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지도
조언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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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withjune ]
withjune님.
아이는 떨어질 시기가 되면 떨어지지요. 과일이 익어야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나 덜 익었을 때 떨어뜨리면 이는 찟겨 나가는 고통을 주게 됩니다.
글에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님도 어린 시절에 그 ㅤ찟김의 고통을 당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듭니다.다시 표현하면 님도 남의 눈을 의식하고 있기에 아이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면 걱정하고 그렇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이는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게 하지요.
아이가 수줍어하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에게 공감받지 못했기에 상처로 다가오고 그 상처가 해결될 때까지 반복하게 되지요. 그러는 과정에서 수줍어하는 행동은 더욱 강화 됩니다.
적응하는 것이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거짓의 자아를 만들어 순응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합니다. 만일 엄마가 아이를 그대로 나두고 왔다면 아이는 엄마에게 버림받았기에 너무나 두려워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자신을 방어해야 하지요. 감정을 억압 할 때 두려움만 억압되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기쁨,사랑 같은 감정도 함께 억압 됩니다.
그러나 엄마가 아이를 믿고 아이가 함께 하면 아이는 엄마에게서 서서히 떨어지게 됩니다. 엄마가 아이를 심적으로 붙잡고 있지만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시간표에 따라 엄마로부터 독립하게 되지요.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지고 이기는 관계가 아닙니다. 이는 무엇을 잘해야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 하는 것 입니다.그럴 경우에는 마음에 평온이 없습니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그저 존재함으로써 행복한 관계이지요.
그렇게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마시고 조금씩 아이가 세상으로 나가도록 배려 하세요. 먼저 엄마가 자신이 홀로 설수 있게 되면 아이도 혼자서 서게 되지요. 그리고 두려움 없이 세상으로 나가려 할 것 입니다.
과거에 님이 애도하지 못해 떠나보내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그것을 애도하여 떠나보내면 아이의 자신감도 훨씬 증가 할 것 입니다.
아이를 그만두게 하신 것은 잘 하신 것 입니다.아이는 너무나 섬세하고 아직 그 상처를 감당하기에는 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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