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만 12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는 맘이예요.

직장맘이라 실질적으로 거의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시고 계신데요.

주 양육자이신 저희 친정엄마 때문에 요즘 고민이 생겼어요.

제가 되도록이면 아이한테 안돼 하지마 이런 얘기는 하지 마시고 위험하지만 않으면 그냥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시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저희 엄마 아빠께서는 그러면 애들 버릇 나빠지신다고 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처음 설득시키는데도 꽤나 힘들었어요. 저희 아이한테는 잘 안 그러시지만 동생네 아기가 오면 어허~ 하지마, 안돼, 하지 말라니까 이 말을 달고 사셔요. 그래서 동생네 아이는(조카 17개월) 뭐가 하고 싶으면 먼저 눈치를 보고하고 딱 봐도 기가 죽어있는 게 눈에 보입니다.

지금 친정 엄마가 저를 낳아주신 분이 아니세요

저를 낳아주신 엄마는 저를 낳고 바로 돌아가셨고 제가 아기일 때 지금 엄마가 저희 아빠랑 결혼하셔서 저를 키우시다가 동생을 낳으셨어요.

전 결혼하기 전까지 물론 이 사실을 모르고 자랐고요.

자라면서 엄마께서 동생(동생은 지금 엄마가 낳았어요)보다 저를 더 많이 때리거나 화를 내시거나 한 적은 없는데 ...

엄마가 제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알겠더라고요.

저를 때려야 할 상황이면 동생을 더 때리셨고 저한테 화를 내셔야할 상황인데 동생한테 더 화를 내셨고 엄마는 새엄마라는 입장이라 그렇게 행동하셨을지 모르지만 전 그 사실이 너무 싫었어요. 제가 잘못했으면 저를 때리고 저한테 화를 내시지, 아무 죄도 없는 동생한테 그러셨던 엄마한테 너무 섭섭하더라고요. 나도 동생하고 똑같이 대해 주셨더라면...

동생은 저 보다 생각하는 것도 어른같고 긍정적이예요

저는 반대구요

엄마가 항상 말씀하세요. 제 동생이 마치 친정엄마같이 푸근하다고...

정말 못된 동생 만났으면 그랬을텐데 착한 동생 만난 것도 복인 줄 알라고 하시고요.

물론 착한 제 동생한테 항상 고마워요. 다 느끼고 있고 고마워하고 있는데 엄마가  그런 말씀하실때마다 그러지 말아야하는데 항상 섭섭하더라구요.

제가 어렸을 때 엄마가 동생한테는 안 그러셨지만 저한테는 항상 너 말 안 들으면 엄마 도망간다 이 말을 많이 하셨어요. 제가 떼를 쓸 때 말 잘 들으라고 그 말을 하셨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정말 큰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학교를 갔다와서 엄마가 집에 있나부터 확인을 했고 엄마가 없으면 여기저기 전화해서 엄마 계신곳부터 찾고 유별나게 엄마밖에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엄마가 사라져버리실까봐 항상 전전긍긍하며....

정말 내가 떼를 안 쓰고 말을 잘 들었다면 엄마가 너 말 안 들으면 엄마 도망간다 이 말씀을 안 하셨을까 싶기도 하고요.

전 엄마가 언젠가는 도망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살았던터라 제대로 된 연애도 못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와 교제를 하더라도 언젠가는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며칠 사귀다가 제가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해서 번번이 제대로 된 교제 한 번 못해봤고요.

지금 남편과 살면서도 언젠가는 이 사람도 나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겠지? 라는 생각에 남편이 며칠동안 멀리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그것 때문에 남편과 싸운 적도 많고요.

남편이 다른 여자한테 친절하게 대하면 남편이 저 여자를 좋아하나 싶어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많았어요...

남편은 남편차로 저는 제 차로 어디까지 가서 만나자고 하고 각자 출발하게 될 때가 있는데 남편이 제 차를 앞질러 쌩~하고 가버리면 그것 또한 참을 수 없어 가슴이 쿵쿵 뛰더라고요

충분히 자신감 가지고 살아도 되는데 어딜가나 전 주눅이 들었고, 저 사람이 날 싫어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걱정부터하고 사람들한테 잘 다가가지 못 했던 것 같아요. 항상 제 못난 모습만 보고 난 왜 이렇게 생겨먹을걸까 라는 생각으로 저 자신을 미워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이 것이 제 내적불행인 것 같아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음....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부정하고 미워하는 마음....

이 비뚤어진 제 마음은 어렸을 때 환경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서 저희 아이는 충분한 사랑으로 불안하지 않게 키우고 싶었는데....

저희 친정 엄마께서 저희 아이를 동생네 집에 데려다가 동생네 둘째 아기를 보면서 저희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너 말 안 들으면 할머니 도망간다 이런 말이라도 하게 될까봐 걱정스럽고요.

엄마 아빠 다 있는데 괜히 천덕꾸러기 만들 것  같아 걱정되네요.

저희 엄마가 지금 저희 아이 사랑으로 키우는거 느낍니다.

그런데 제가 받았던 상처를 저희 아이가 고스란히 받게 될까봐 걱정되는 마음 또한 있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희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고..

저의 이러한 내적불행을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요?

저희 엄마가 콩쥐팥쥐에 나오는 그런 계모는 아니었어요.

엄마한테 절 지금까지 키워주신 건 너무 감사한테 왜 제가 어렸을 때 도망갈거라는 말로 저를 힘들게 하셨나..제가 말을 안 들어서 엄마도 힘드셔서 그러셨을거라는 생각으로 이해하려고하는데 그런 마음보다는 섭섭한 마음이 더 크네요

푸름이 아버님, 푸름이 어머님 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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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은찬홀릭 ]

은찬홀릭님.

자신이 버림받은 것처럼 아이도 버림받을 것 같은 두려움이 느껴지시는군요.그리고 자신이 버림받은 것처럼 지금 아이를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보세요.

아무리 할머니가 아이를 봐주어도 주애착자는 엄마 입니다.엄마가 직장을 다녀도 엄마의 마음가짐에 따라 교육은 달라지지요. 할머니가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도 엄마가 충분히 아이를 지켜줄 수 있고 아이를 치유하고 성장 시킬 수 있지요.더구나 지금 할머니는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친엄마이든 계모이든 그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 합니다. 누군가 한사람이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면 아이는 잘 못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님이 버림받은 경험 때문에 어느 누구도 믿기 어렵다는 것 입니다.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고 자신의 존재가 없기에 친밀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마음이 공허 할 수 있습니다.

님의 버림받음은 먼저 친엄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돌아가신 친엄마는 억울하겠지만 친엄마가 돌아 가셨다는 것은 어린 아이인 님에게는 친엄마가 님을 버린 것 입니다. 님은 기억할 수 없지만 님의 몸은 그 사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버림은 님에게 죽음의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남편이 차를 타고 먼저 간 것도 몸이 기억한 버림받음의 두려움을 무의식에서 불러 오지요. 그래서 또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 남편을 통제하고 싶은 것 입니다. 친엄마를 아직 떠나보내지는 못했습니다. 친엄마의 죽음을 충분히 애도 하지 못했기 때문 입니다.

지금의 엄마인 계모도 도망간다는 위협을 통해 또다시 님을 버렸습니다. 친엄마의 버림에 의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도망간다는 그 말은 님에게는 굉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 님의 모든 에너지를 써야 했지요. 그래서 만들어낸 방어기제가 남을 믿지 않는 것 입니다. 친엄마도 자신을 버렸는데 남편도 버릴 수 있다고 무의식은 느끼지요. 그래서 남편을 믿었다가 다시 버림받으면 그 상처를 견딜 수 없습니다. 남편에게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친밀감은 버림받을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내보일 때 생기는 것이기 때문 입니다.

사실 님은 선택 할 수 있습니다. 계모에게 아이를 맞기는 것이 두려우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어머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보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고 여러가지 선택을 할 수 있지만 님의 안에는 이렇게 버림받은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선택이 어려운 것 입니다. 자신을 믿지 못하면 아이도 믿지 못 합니다.

계모가 님을 사랑하고 님에게 잘 해준 것은 감사 해야 합니다. 그러나 버린다는 위협으로 인해 님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충분히 분노해야 하고 애도해야 그 상처를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님이 받은 상처를 님의 잘못으로 돌려 이해하려는 것은 엄마에 대한 우상화 입니다. 그런 경우에는 절대 엄마를 진정으로 사랑 할 수 없고 자신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높은 자존감을 가질 수 없지요.

이제 우상화를 깨는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고백이 시작 입니다.

자신을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이미 님의 내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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