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셨지요. 똘이짱이맘입니다.

돼지방 정모 이후 몇 개월이 흘렀네요. 잘 지내고 계신지요..

딱히 질문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딱히 걱정꺼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불안하여, 뭔가 벽에 부딪친 것 같아서 말이지요.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불안이 꿈에 나타납다. 제가 요즘 어떤 벽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큰 아이를 대하는데 있어서요. 아이가 제가 알지 못하는 그 어떤 곳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 불안이요.. 제가 뭐를 해줘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아이는 알아서 잘 갈 것 같은데, 제가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저희 큰 아이, 몰입할 대상을 찾아다니는 하이이나?(이 표현이 정확한 것 같아요) 같습니다. 새 것을 자꾸 요구하고, 새것 하나에 꽂혀서 정신없다가, 금새 또 다른 것을 요구합니다.

꽂힌 것들이, 제가 볼 때는 너무 어려운 것들입니다. 아직 소화하기 어려운 것들을 자꾸 해보려하니, 아이는 자꾸 짜증이 나구요. 또 위험한 것들도 많아서 제가 자꾸 제지를 하게 되구요. 또 어린 동생이 있어서 뭔가 새로운 걸 하면서 막 몰입했을 때, 그걸 이어갈 수가 없어요.

주사위게임, 윷놀이 블록놀이, 공구놀이 말놀이는 끝말잇기, 거꾸로 말한 단어 알아맞추기 놀이 등 온갖 게임을 하고 싶어합니다. 여기에 거짓말 놀이가 추가됐습니다. 아직 게임의 규칙을 익힐 수 있을 때가 아니니, 자기 하고 싶은데로 막 하고 놉니다. 바느질도 하고 싶어하는데 제가 절대 못하게 하고 제가 하는 걸 구경하게만 했더니, 호시탐탐 실과 바늘을 노립니다. 친정에 가서는 향을 발견하고는 불을 붙이고 싶어하구요.. 오늘은 콩을 삶아보고 싶어했는데, 삶는 걸 옆에서 보고 있게 할 수가 없어서(동생 때문에 제가 아이와 함께 불 옆에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냥 뜨거운 물에 콩을 담궈주었습니다. 아이는 안 삶아졌다고 했지만, 그래도 만족해했습니다.

책도 새 책만 자꾸 보려고 해서 대여해주는데 전집 60권짜리 대여해주면 2~3일이면 다 보고, 재미있는 책만 많으면 2~3번 반복하고는 다른 책 빌려달랍니다. 단행본을 사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날 하루만에 딱 1번 보고 안봐요. 근데 그 책들에서 본 걸 실제로 해보고 싶어하고, 현실 대화에 다 응용합니다. 100층짜리 집 책을 보고는 빌딩을 가자고 하고, 놀이기구 책 보고는 바이킹을 타러가자하고.. 빌딩을 보러 갔다 오는 길에 김포공항 근처를 지나는 데 낮게 나는 비행기를 보고는 비행기를 보러가잡니다.

아빠를 너무 사랑하구요, 아빠랑 결혼한답니다ㅋㅋ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가 있나 없나 찾는게 가장 첫번째 일과입니다. 아빠도 주말에 아이와 놀아준다고는 하는데, 그 강력한 요구에 힘겨워합니다. 주로 몸놀이를 해주는데 그 요구가 끝이 없어서요..

솔직히 요즘 저는 큰 아이가 겁이 납니다. 어디로 튈지, 뭘 요구할지, 한번 꽂히면 몇 시간을 갈지.. (어릴 때는 그게 기특하더니만.. 커가니 겁이 나네요...--;;)

또 한편으로는 아이가 가고 있는 그 세상이, 제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는 예감이 들어 막막하기도 합니다. 처음에 썼던 꿈속에서 처럼요...

제가 뭔가 더 해줘야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더 막막합니다. '뭔가 더 해줄 필요 없어.. 그냥 아이가 찾아갈꺼야..'하고 저를 다독여봐도, 제 좁은 그릇이 아이의 앞을 막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책만 넣어주면 아이가 알아서 갈꺼라고, 많은 선배맘들의 글에서 봤는데, 무슨 책을 넣어줘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제 불안을 잠재우려 아이의 부정적인 면을 막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다른 불안을 키워 원래 불안을 가라앉히려 합니다.

아직 반향어도 하고 있고, 대변도 못가리고(소변은 완전히 가립니다. 잠잘때두요..).. 최근에 또래친구들과 놀아본 경험이 별로 없어 사회성은 잘 모르겠는데, 막상 만나서 잘 못놀면 어떻하나 걱정합니다. 그러면서 어느새 '반향어'를 주제어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가 책 쌓아놓고 혼자 책보거나, 혼자 놀이에 몰입하고 있을 때는 그동안 못봤던 둘째와 놀아줍니다. 둘째 이제 만7개월입니다. 얼마전부터 책을 읽어주고 있는데 벌써 좋아하는 책이 생겼습니다. 책 한권 읽고 내려놓으면 또 읽어달라고 찡찡거립니다. 좋아하는 노래도 생겼지요. 첫째보다 놀아줄 때 반응이 훨씬 강력합니다. 놀아주는 맛이 나지요. 첫째는 뭐하고 노나 힐끗 보고는 또 자기 놀이 합니다.

동생이 자거나 해서 여유가 생기면 전 제 책을 봅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지요. 이래도 되나... 뭔가 아이에게 더 줘야하는데, 제가 그걸 안하고 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꿈속에서처럼.. 아이는 제가 한번도 가본 적도 없고, 가보기도 두려웠던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데, 제가 그곳에 함께 뛰어들어야하는 건지, 그냥 이 자리에서 기다려도 되는건지 몰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아이의 그릇이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커 보여서, 완벽한 엄마가 되지 못할까봐 지래 겁먹고 떨고 있는 걸까요..

이전에는 제가 아이에게 몰입할 꺼리들(종이접기, 점토, 영어책, 가위질, 각종 상상놀이 도구들... 등등)을 주어 어떤 환경을 만들어주었는데, 그리고 그렇게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는 신나게 잘 따라왔는데, 이제 아이는 제가 뭘 주면 좋을지 상상이 안 되게 커가는 걸 느낍니다. 이제 이런 거 일부러 주지 않아도 아이가 알아서 찾아가는 때가 된 건가요? 

그냥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습니다. 그

냥 주저리주저리 적어도 아버님이 이해해주실 것 같아서요..

답글 기다립니다.

                                                                                                                 [닉네임: 똘이짱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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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짱이님.

꿈은 우리의 의식이 감추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 하지요.

아이는 엄마의 한계를 넘어 자신의 세계로 달려 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그것이 두렵네요. 어쩌면 두려운 것이 당연할 것 입니다.저도 푸름이가 일본을 갈 날이 며칠 안 남았다고 좋아하면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모르는 세계로 아이가 가는 것이 두려움을 준다는 자각이 있어 불안을 느낍니다.

부모의 사랑은 아이를 떠나보내기 위한 사랑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나주지 않으면 아이는 성장 할 수 없지요. 부모가 아이를 독립된 고유한 존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나주는 훈련을 해야 하지요. 이는 우리가 우리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채우지 못한 의존 욕구를 자신이 알아서 채워 더 이상 아이에게서 채우지 않는 것 입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무엇을 해야만 존재가치가 있다는 내면 아이의 감정 이지요. 나의 존재 그자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내가 한 행위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면 끝없이 무엇인가를 잘해야 하지요. 이 경우에는 마음에 평안이 없습니다. 종교에서 믿음으로 구원을 받지 행위로 구원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의미 입니다.

아이는 엄청나게 뛰어 납니다.그 엄청남은 어느 아이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힘이지요. 그러나 그 엄청남은 님이 어린시절에 존재로 사랑받지 못하고 행위로, 역할로 자신을 지탱해야 했던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요. 그 감정을 대면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자꾸만 자신을 억압하려 합니다.

불안을 키워 불안을 잠재우려 한다는 의미를 님은 머리로 알고 있습니다. 불안은 감정은 아닙니다. 불안은 감정을 억압할 때 우리 몸이 느끼는 상태 입니다. 자신의 내면 아이의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억압하기 위해 부정적인 생각으로 방어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는 님의 내면 안에 억압된 감정이 남아 있다는 의미 입니다.

저는 지금 아이가 하는 행동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 푸름이가 하는 행동이기 때문 입니다. 요리를 하고 싶었기에 요리 할 기회를 주었더니 초등 전에 이미 요리를 능숙하게 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푸름이가 해주는 새로운 요리를 맛보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영재를 만들기는 쉬워도 영재를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영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성장해야 하지요. 아이가 가는 길을 지켜보는 것은 성장 없이는 어렵습니다. 사랑으로 지켜보는 것은 아이를 그냥 혼자 나두고 방치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완벽한 엄마는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지 못한, 보여주는 엄마 입니다. 이는 분열된 상태 입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인 통합된 엄마는 온전하지요.

님은 개인적으로 성장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사람입니다. 그러하기에 그렇게 힘있는 아이로 자라는 것이지요.  아이가 님의 성장을 재촉하네요.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성장부분도 있습니다. 이는 함께 해야만 가능하지요 .푸름이닷컴에서 다른 어머님과 교류를 나누세요. 그리고 이렇게 두려움 없이 언제든지 대화를 나누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