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 아버지 안녕하세요..

큰아이가 10개월 때 푸름이를 알기 시작해서 자연과 책으로 키우려고 나름 노력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동안 큰아이는 43개월이 되었고 26개월의 여동생까지 생겼습니다. 열심히 키운다고 키웠지만 워낙 부족한 엄마인지라 아이가 하는 작은 행동에도 걱정과 염려가 되네요..

지금 아이들은 상황을 간단히 올리면 아이들은 작년 5월경에 제 복직과 시아버지의 임종으로 인해 갑자기 친정집에서 맡겨지게 되었고 5개월을 친정집에서 지냈습니다. 친정부모님이 많이 이뻐해주었지만 큰아이는 계속 우리를 찾았고 어느 날 아이들을 보러 간 주말 '내가 잘못했어요. 집에 데려가주세요!”'하고 싹싹 비는 아들모습에 다음달 신랑이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또 3개월이 지났네요. 지금은 신랑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리로 한글공부 중인데 노랫가락에 가나다를 불러주니 주문처럼 부르면 좋아합니다. 아이는 보는 사람들마다 몸과 입이 가만히 있질 않는다고 할 정도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질문하고 합니다. 감정표현도 정확하고 잘 토라지기도 하며  또래나 형들을 보면 너무 좋아합니다. 의외로 쑥쓰러움도 많이 타서 다른 사람에게 하는 얘기를 엄마에게 대신 해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제가 궁금한 질문입니다

첫째, 아이가 밖에 나오면 집에 가자고 해요

일단 나가는 걸 싫어합니다. 또 나가면 신나게 잘 놉니다. 할아버지집에 가서도 해만 지면 집에 가자고 합니다. 어디 모임에서 하루자면 잘 놀다가도 집에 가자고 하면서 집엔 장난감도 있고 책도 있는데 여긴 없다고 가자고 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나가면 안 들어온다고 하던데..울 아들은 작년 겨울부터 집을 떠나는 걸 싫어합니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지 그냥 지켜봐야하는지 걱정입니다.

둘째, 아이들 책의 바다로 빠지게 해야 하나요? 

그리고 예전 책을 다시 찾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큰아이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자기 전에 꼭 5~10권의 책을 읽습니다. 시골에 있던 기간동안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다시 집으로 오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권만 더~~하는 아들의 요구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이만 자자고 합니다

(3월에 유치원을 가야하는데 바다에 빠져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그때부터는 맞벌이 부부가 됩니다). 그럼 아들은 등 긁어주고 옛날이야기 2개를 요구하고 제가 다 해주면 기분 좋게 잠이 들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공룡이나 누군가 잡아먹이는 내용의 옛날이야기는 싫다고 말합니다)

요즘 생각에 한권만 더 하는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바다에도 쉽게 빠지지 않을까 합니다.

20개월쯤 생활동화를 들였을 때 한번에 30~40권씩 읽어달라고 했는데 제가 다음날 다시 읽어줄 때 늦게 읽은 내용은 거의 기억을 못해서 이건 왠지 아니라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저도 목소리가 다 갈라지고 첫 권처럼 즐겁게 읽어주지도 못하고 아이도 많은 권을 읽으니 자기 싫어서 읽어달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눈도 꽹한 것이 그래서 그만두었는데 바다에 빠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한번쯤 빠지게 도와줘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는 책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책을 즐겨보는 아이이긴 합니다. 다른 집에 가서도 공룡이나 자기가 좋은하는 그림이면 꺼내보고 집에서도 혼자 읽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둘째가 읽어주는 책에 흥미를 느껴서 자기 책이라고 읽어달라고 합니다(한 줄짜리 책)

예전에 읽었던 생활동화까지 들고 오네요. 갑자기 아기 때 책을 들고 오니 좀 기분이 거시기하네요. 왠지 다시 퇴행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직 한글 떼는 중이라 글을 읽지 못합니다.

셋째, 아이가 20개월부터 공룡을 좋아했는데 확장되거나 분류가 진행되지 않습니다.

20개월쯤 전집을 들였는데 자연관찰에 공룡책 4권이 따라왔습니다. 아이는 그때부터 하루 종일 티라노 흉내를 내면서 으아~~~소리를 지르면 다녔습니다. 오죽하면 시골에 가면 다들 시끄럽다고 난리였을 정도였죠. 지금도 공룡책이나 공룡모형을 자기 전에 들고 와서 아기들이라고 하면서 아낍니다. 일본에서 화산이 터졌다는 뉴스를 보여주니 공룡이 죽는다고 단번에 꺼버릴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티라노만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공룡은 긴 목, 뿔셋 정도로만 구분하고 제가 공룡이름을 대면 대충 육식인지 초식인지정도만 분류합니다.자연사 박물관도 가고 공룡책 많이 주었는데 확장이나 분류가 잘 되지 않습니다. 시대는 아직 시간개념이 없어서 그런가 했는데 공룡이름도 몇 개밖에 모르는 게...

이걸 확장시켜 줘야하나요?

넷째, 역할놀이 어디까지 같이 해줘야하나요?

아이는 하루 종일 정글포스 흉내를 내고 공룡흉내 또는 책에서 본 내용을 따라하고 블럭으로 만들고 합니다. 근데 거의 같이 하자고 합니다. 혼자는 하지 않으려고 해서 신랑이 저녁에 오면 역할놀이에 지쳐있습니다. (블럭으로 탱크나 총 같은 거 만들 때는 조용합니다. 어찌나 좌, 우 대칭을 잘 맞춰서 만드는지 가끔은 저희 부부가 감탄할 정도입니다) 그럼 그때부터 저하고 합니다. 언제까지 같이 해줘야하는지, 지금쯤이면 혼자서 놀 나이가 된 건 아닌지,  솔직히 좀 지칩니다.

다섯째, 책 읽을 때 질문을 너무 해서 진행이 안 되요.

책을 읽으면 질문을 무지해서 5권만 읽으면 한 시간이 금방입니다. 주로 '내가 탁 때리면' '내가 꽉 물면?' 하는 식의 공격적인 행동을 했을 때 질문입니다. “그럼 전 아플꺼야, 화가 나겠지..하고 대답했고 아이에게 너는 어떨껏 같아?” 하면 “몰라” 합니다. 그러다“ 다시 돌려주면? 호해주면?” 하는 식의 질문에 제가 “고맙다 할 꺼야, 칭찬하겠지” 하면 좋아하면서

질문이 거의 끝납니다. 이 질문에 계속 대답을 해줘야하나요? 지금은 최대한 상상하고 호응해 주는데 둘째는 옆에서 책 읽으라고 하고 첫째는 질문하고 하면 중간에서 너무 힘드네요...

여섯째, 장난감을 없애야하나요?

집엔 조카가 쓰던 장난감을 잔뜩 물려받고 할아버지집에 가서 받은 장난감이 가득합니다.

승용완구만 해도 6개나 됩니다. 블럭도 자석블럭3종류, 일반블럭, 유아블럭이있고 그 외 자잘한 장난감이 잔뜩있습니다. 아이는 책과 장난감 이불 의자 등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집도 만들고 소꼽놀이도 하고 블럭으로 빵집도 차리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느라 낮엔 하루종일 장난감과 같이 지냅니다. 장난감방과 거실은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집 거실엔 책이 2000권정도 있는데 낮엔 2~3권정도 혼자 훑어보고 밤에만 읽어달라고 하니 장난감을 정리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연년생을 키우는 게 힘들면서도 기쁘게 받아들였던 건 푸름이닷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큰 걱정이만 푸름이 아버지가 보시면 어쩜 간단한 문제일수도 있겠지요...

도와주세요...

                                                                                                                  [닉네임: 책읽는소리] 

=====================================================================================

책읽는소리님.

간단한 질문이 아니네요.

1. 집에 있으면 안나가려 하고 나가면 안 들어 오려 하는 것은 영재들이 가진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그만큼 집중력이 강하다는 의미 입니다. 다른 집에 가면 아이에게 적절한 도전을 주는 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푸사의 아이들이 움직일 때는 책을 한보따리로 가지고 다니곤 하지요.

2. 책을 잘 읽는 아이들의 특징 입니다. 높은 수준의 책을 읽다가 쉬고 싶으면 이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반복해서 읽곤 합니다. 그래서 일정기간 책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우리부부는 고등학교에 와서야 푸름이가 어릴 때보던 책을 뺏습니다. 그것도 푸름이의 요청에 따른 것 입니다. 책의 바다에 빠지면 성취하는 힘이 이전과는 전혀 다릅니다. 바다는 아이들이 배우는 속도가 최고조에 이른 상태 입니다. 이때 아이는 행복 합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배우는 것이니까요.

3.푸름이는 그렇게 으르렁 거리면서 잡아먹는 시간이 2년은 넘어갔습니다. 공룡에 관해서는 깊어 질 만큼 깊어졌기에 푸름이 3D입체 공룡박물관을 고등학교 3학년 때 쓸 수 있었습니다. 원서도 사주고 체험도 시켜주면서 깊어질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놀이를 통해 확장시켜주세요.

4.역할놀이 반복하면 미치지요. 그런데 역할놀이를 잘 관찰해보세요. 훨씬 복잡하고 정교해 질 것 입니다. 우리는 반복이지만 아이는 매순간이 새롭습니다. 그런 시간이 나중에는 그리워 질 것 입니다.

5. 책은 대화의 매개물 입니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호기심도 많다는 것 입니다. 그 호기심이 나중에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호기심 입니다. 책을 읽어준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아이와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 하세요.

6. 장난감에도 몰입하네요. 그런 몰입을 통해 아이는 공간지각력이 발달 할 것 입니다.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아이들은 혼자 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상호의존적이지 않습니다. 그만큼 독립심도 있고 사회성이 있다는 의미이지요. 상호의존과 사회성은 다릅니다. 너무 힘들면 장난감을 치우고 책을 읽다가 지치면 장난감을 풀어 놀게 하세요.

아이는 잘 성장 했네요.

영재아의 특성에 대해 조금 깊게 공부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