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 아버님, 정말 감사합니다.
며칠 전 정관에서 푸름이 아버님께 질문하고, 눈물 많이 흘렸던 감동복만 입니다.
아버님의 말씀을 통해 방향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아버님 앞에서 눈물 흘린 것만으로도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버림받은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말씀에 가슴을 쳤고, 감정도 선택과 훈련이라는 말씀에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정에 목말라 하는 나를 많이 인정해주고 안아주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더 이상 무력하거나 우울하지 않고, 조금 행복해진 거 같습니다. 행복한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아서 좀 더 많이 이 감정들을 느껴보려 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영이가 혼자서 책 읽는 거에 대해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아버님 말씀 듣고, 아영이가 혼자서 노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나도, 죄책감을 느끼는 나도 인정해주고, 제가 독립에 대해 두려움이 있구나 라는 것을 인정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영이도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주게 된 것 같습니다. 죄책감이나 두려움은 많이 줄었지만, 그 뒤로 저희 아영이가 훨씬 더 책을 혼자서 봅니다.
이틀 동안 제가 읽어준 책은 두 세권 정도입니다.
제가 옆에 없을 때도 혼자서 책을 30~40분씩 보구요.
저더러 읽어달라고 해서 제가 앞에 앉아서 읽어주려고 해도 혼자서 읽습니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1시간 반을 저를 앞에 앉혀놓은 채로 혼자 읽었습니다.
혼자서 책장을 휙휙 넘기면서 읽으니까 제가 끼어 들 틈이 없구요.
혼자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거나 그럴 때만 읽어달라고 눈빛을 보냅니다.
그래서 혹시 책이 모자란 거 아닌가, 너무 지겹도록 읽어서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하루에 50권을 본다면 제가 10권 읽어주고 혼자서 40권 보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의 혼자서 보고 저는 한두 권만 읽어줍니다. 그리고 지금 많이 보는 창작 책들을 처음 들였을 때는 거의 정독을 하고 한권을 반복해서 열심히 봤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많이 봐야 30권정도 봤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책을 휙휙 넘기면서 보는 게.. 책을 새로 들여아 하는 건가 궁금함이 듭니다. 제가 고민이 되는 게 책은 지금 좀 많은 편이라서요, 책을 새로 구입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그래서 한동안은 새 책을 들이지 말아야 겠다 했었거든요.
지금 보는 책이 최근에 들인 '그림책이 좋아', '토들피카소', '차일드애플', 그리고 예전에 보던 푸름이 까꿍이나 개똥이 그림책, 아기대통령, 한솔 호기심아이, 한솔 말놀이그림책, 푸둥이나 곰곰이책, 마술피리꼬마, 자연동화 일부, 수학동화일부, 정도를 계속 좋아하며 반복해서 봅니다. 지금 볼 책도 많고, 보는 책이 많으니까 이 책들을 마르고 닳도록 보게 할 것 인지 아니면 그래도 새 책을 들여 줘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바쁘신데 늘 질문을 많이 드리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저도 아이의 눈빛을 보면서 변화의 중계자를 해주고 싶은데 좀 어렵네요. ㅎㅎ
그리고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닉네임: 감동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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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복만님.
님이 흘리던 눈물이 아직도 제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자신에 대한 불신이 많이 사라지고, 안개가 걷히고 햇볕이 스며들듯 선명한 느낌 입니다.
죄책감과 두려움이 많이 줄었다는 말을 이해합니다. 아이는 엄마의 변화를 그 자리에서 느끼지요. 엄마는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아이의 행동은 극적으로 달라지는 것을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엄마의 마음이 편안하니까 아이는 엄마로부터 독립을 시도 합니다. 제가 강연 중에 독립을 이룬 아이들은 아이가 스스로 하고자 하는 힘이 강해 아무리 부모지만 아이에게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했습니다. 님은 그 표현을 끼어들 수 없다고 했습니다. 푸름이교육이 좋은 것은 아이가 자기 주도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지켜봐주면 되지요.
혼자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그럴 때만 읽어 달라는 눈빛을 보낸다는 것은 엄마가 아이의 눈빛을 잘 읽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 그렇게 아이가 요청 할 때만 들어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경계를 침입하면서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가는 것을 방해 할 수 있습니다.
책이 모자라거나 지겨워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지식을 흡수 하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다는 것 입니다. 두뇌의 효율이 높아진 것이지요.
책을 들이는 시점은 약간의 목마름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 합니다. 아이가 책을 많이 반복해보고 새로운 것이 없으면 책읽기가 시들해지지요. 그 기간이 오래 되면 아이는 심심해하고 뭔가 트러블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 새 책만 들이면 아이는 버거워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뭔가 새로운 책에 목말라 한다는 것을 엄마는 일상에서 잘 관찰하고 있으면 느낄 수 있습니다. 눈덩이가 굴러가는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받아들인 아이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지요.
그 속도를 알려면 기록을 해보세요. 아이가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 시들해지는 지를 기록 해보면 책을 주어야 하는 시점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들한 책도 아이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반복하곤 합니다. 그래서 어릴 때 읽던 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치워도 좋다는 의사표현을 하기까지 가지고 있다보니 집은 책으로 덮히게 되지요.
책을 들이는 시점은 아이 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록해보고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느끼면서 감정이 안내하는 것을 믿고 따라가면 그것보다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님이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가 궁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