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곳 뉴욕에 때 아닌 폭설로 모든 게 마비상태였는데...

아무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예지가 이제 37개월 시작되었네요.

근데 요즘 우리 딸 저나, 주위 분들로부터 너무 많은 상처를 입은 것 같아 너무 속상하네요. 제 안의 내적 상처가 많은 지라 내가 예지를 지켜줄 힘이 없을 것 같아 부정당할 것 같은 모임이나, 장소에는 가급적 피하며 나름대로 배려하며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근데, 요즘 우리 예지 행동이 너무 과하다 싶어서 몇 자 적습니다.

1) 성당을 나가면 주위 분들이 예쁘다고 얼굴 만지거나 이름이 뭐냐고 물어만 봐도

  아주 큰소리로 "싫어" 외쳐댑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을 강하게 말이죠,,

  또는 "저리가"  "만지지마" 이런 식으로 화내면서 말합니다.

  그럼 주위 분들이 너무 당황하며 "애 잘 키워야겠다.", "너무 까칠하다.", "너무 사납다.",

  "버릇이 없다.", "여자 꼴통이네",  등

  요즘 어딜 나가기가 무섭고, 사람들이 말을 건넬까봐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저도 예지를 지켜주지 못하고 같이 화를 내거나 훈계를 합니다.

  "어른한테 그렇게 소리 지르면 못써!", "예지가 예뻐서 그러는 건데 왜 그러니?" 아니면

  "엄마가 예지한테 소리 지르면 기분이 나쁜 것처럼 저분들도 그렇게 소리치면 기분이 나    쁘단다"  이런 식으로 이야길 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 모든 것을 자기가 주도로 해야 합니다. 엄마와 같이 하는 놀이부터 먹는 것 까지...

   "엄마 우리 물감놀이 할까? 그다음에 블록 놀이 하구”

   아이가 낮잠도 자지 않고 새벽 2시쯤 잠들어서 아침 10시면 일어납니다.

  요구사항, 호기심 너무 많아서 제가 따라가질 못하고 있어요.

  엄마랑 똑같은 옷 없다고 뒤집어 지고 엄마가 먼저 장난감 치웠다고 뒤집어 지고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가 먼저 만져봐야 하고, 누가 먼저 만지거나 해주면 아이가 완전

  뒤집어 져서 감당이 안 됩니다.

  어제는 엄마가 물어보지 않고 불 껐다고 난리를 치길래,

  "어, 미안해 예지야, 엄마가 또 모르고 먼저 불껐네,, 엄마가 다시 킬께"

  하고 불을 켜니까  "엄마 불 꺼" 그럽니다.

  이럴 땐 정말 황당하고 어떨 땐 아이한테 조종당하는 느낌 마져 듭니다.

  풍선이 바람빠져서 모양이 바뀌었다고 울고,

  이 책에 나오는 도깨비가 입은 노란 팬티가 없다고 울고,, 휴~

도대체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 건지,,

3) 요즘 부쩍 과격한 말을 합니다.

   예를 들면,,

   "엄마 부셔버릴 꺼야", "엄마 지워져 버려", "엄마 죽어버려", "다 시시해", "칼로 다 자를     꺼야", "곰돌이도 던져 버릴꺼야", "없어져 버리게 할 꺼야" 등등

   이런 말을 썼을 때, 제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정말 하루는 천국!

하루는 지옥!!

아이는 바라는 욕구는 많고, 엄마는 너무 힘에 부치고,,

그래서 아이가 투정이 심하고 예민해 지는 걸까요?

                                                                                                                   [닉네임: 플라동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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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동녀님.

여기도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오늘도 눈이 내리네요.

예지는 사랑을 듬뿍 받고 큰 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분명하고 거침없이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엄마는 착해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지는 지금 무법자 시기 입니다. 상상력도 발전하고 의존과 독립을 오가지만 독립의 마음이 점차 강해지고 무엇이든 혼자 해야 하는, 그리고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능한 자아가 우세합니다. 그러다 혼자 할 수 없으면 뒤집어 지곤 하지요.

질문의 순서에 따라 답합니다.

1. 아이들이 제게는 인사를 잘 합니다. 저는 아이에게 얼굴을 만지고 싶으면 아주 정중하게 양해를 구합니다. 제게 인사를 시키면 저는 이미 아이와 눈을 맞추었으니 인사를 시키지 말라고 합니다. 아이가 인사를 할 때는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어 아이가 저를 경계하지 않을 사람으로 판단 할 기회를 주지요.

그런데 우리 문화에서는 아이에 대한 존중이 부족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아이의 자아경계를 침입해 와도 부모가 아이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신을 만지지 말라고 외치는 것은 정당한 주장 입니다. 어느 누구도 그 아이의 허락 없이는 만져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의 경계를 침입하지 말라는 반응 입니다. 화라는 감정은 자신을 지키는 감정 입니다.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의 반응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에 걸려 있습니다. 하지 말라는 부정을 표현했지 아이의 감정에 공감이 없습니다. 아이가 쳐다만 보아도 격렬하게 반응하는 것은 부정이 반복되었다는 의미 입니다.

만일 엄마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수치스러워 하지 않고 아이를 보호해주고, 감정을 공격적이 아닌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을 보여주고, 엄마의 욕구도 솔직하게 아이에게 요청하면 아이는 절대 까탈스럽게 자라지 않습니다. 아직 방어감정인 화를 표현하고 있다면 아이는 순응하여 착한 아이가 된 것은 아닙니다. 거짓의 자아를 발달시켜 수치심을 내면화 시킨 것이 아니기에 어머님의 반응에 따라 온전히 성장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머님 안에 억압된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2.자기주도성이 극대화 되고 있네요. 이 경우에는 교육은 무척이나 쉬워지지요. 아이가 모든 것을 보여 주기에 엄마는 아이를 따라가면 됩니다. 아이의 행동은 무법자 시기의 전능한 자아의 전형을 보여 주네요. 호기심이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치고, 무엇이든지 시도하려 합니다. 이 호기심이 나중에 배움에 대한, 학교에 가서는 공부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장 되지요. 이런 호기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성장한 아이를 우리는 영재라고 하지요. 잠도 안 자지만 충분한 숙면을 취합니다. 몰입은 강합니다.

어머님의 성장범위의 한계 까지 받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저라면 한계를 정하지 않고 받아 줄 것 입니다. 그러나 푸름이를 키울 때는 잘 몰랐고 기준도 좁았습니다.

3. 아이가 표현 가능한 말 가운데 가장 센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 하는 것 입니다. 무법자 시기에나 들을 수 있는 말이지요. 그런 말을 한다고 진짜 행동으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말 뒤에 숨어 있는 감정을 받아 주세요.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난처하다면 먼저 어머님의 내면에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하고 억압된 감정이 있습니다. 저는 욕을 잘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성장의 과정에서 제 안에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욕이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욕을 못했던 것은 그 억압된 욕이 한번에 튀어 나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은 발달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억압된 감정을 치유하는 과정 입니다. 받아주면 표현이 과격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부정하면 감추거나 어른이 될 때까지 그런 식으로 표현 할 것 입니다.

아이의 빛이 밝아 어머님의 내면의 그림자를 보게 하네요. 엄마의 힘이 왜 부치는지 엄마의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를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