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푸름이 아버님

요즘  힘들고 지칠 때면 육아서를 읽으며 에너지를 재충전하곤 한답니다.

제가 며칠 전 육아서 3권을 새로이 읽고 몇가지 의문이랄까 아님 아직도 푸름이 교육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 생긴 저의 헷갈림이라고나 할까 몇가지 궁금한것이 잇어 다시 또 여쭤봅니다

혹시 푸름이 아버님께서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이신 신의진씨의 책을 보신적이 있으신지요?

제가 며칠 전 "현명한 부모는 아이를 느리게 키운다""느림보 학습법" 이렇게 그분의 책 두권을 어렵게(사실 2001년에 출간되어 지금은 절판되고 중고만 거래되어 미국에서 구하기가 힘든 책입니다) 전해받아 읽었는데요. 푸름이 교육법과 본질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부분이 많았으나 딱 두가지 아주 상반된 의견을 내 놓은 부분이 있어 푸름이 아버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늘 푸름이 교육법을 최고의 교육법이라 믿고 있으며 지금도 한점의 의심도 없답니다.

이분이 말씀하시길 아이에게 일찍 글을 가르치지 말라고 합니다.

처음엔 억지로 가르치지 말란 소리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라 뇌는 일정 시기가 되어야 어떤 특정 부분이 발달되게 되는데 만 6세 이전(아직 글의 원리를 이해할 만큼의 뇌가 발달되지 못한)에 글을 가르치게 되면 글의 원리를 이해하는게 아니라 그냥 외워서 알게 되므로 창의력을 죽이게 되고 한글이라는 틀에 아이를 가둠으로서 아이가 세상을 다양하게 보고 제 나름대로 해석할 기회를 막는다고 합니다. 때문에 한글교육은 늦으면 늦을수록 (학교 입학 1년전쯤이 적기) 좋다고 하네요. 어릴 때 백번 시켜야 겨우 될 것이 한번에 바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시며...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이분이 단연컨데 만 3세 미만의 아이에게는 책이라는 게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보다 보고 만지고 느끼는 직접경험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따라서 이때의 아이가 책을 유난히 좋아한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 투성인데 뭐가 답답해서 책을 좋아하겠는가. 그럼에도 아이가 책을 먼저 집어 들면 그만큼 다른 자극이 부족한 것이다. 때문에 책이 가장 좋은 학습 도구이며 아이에게 유용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한다. 5-6세쯤 지나서야 비로소 책 안의 내용에 관심을 갖고 언어적으로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천재라 불리는 송유근이라는 아이의 아버지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납니다. 유근이는 5세가 되어서야 겨우 몇글자를 읽는 정도였다는... 다른 아이들이 한글 다 뗄 때도 유근이는 겨우 그림만 보는 정도였다고..

암튼 저는 여기서 혼란이 옵니다. 위의 두가지 의견은 사실 제가 지금 행하고 있는 일들을아무 의미없는 일로 만들어 버리거든요. 저희 아이 22개월인데 한글에 관심이 많아 매일 그림에 글자 넣어 코팅까지 해가며 벽에 붙여주면 한 단어씩 읽고 엄마한테 떼다 주는 재미에 쏙 빠져 있는데 그게 자발적인 게 아니라 엄마의 칭찬이 좋아서 랍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자기주도적인 학습보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또는 칭찬을 얻기 위해 뭔가 잘 하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 합니다. 그리고 저희 아들 하루에 70권정도의 책을 평균잡아 보는데 그게 이상한건가요? 다른 자극이 부족하단 생각 하지 않습니다. 저 나름 열성적으로 아이 키우느라 제가 살고 잇는 이 도시에 아이가 가볼만한 곳은 모두 연회원을 끊어 주 5회아상 동물원, 자연 과학 박물관, 수족관, 어린이 체험 박물관, 미술관, 실내 물놀이 공원 등등...데리고 다니며 놉니다. 다른 엄마들이 저더러 제발 하루쯤 쉴라고 할만큼...사실 아이가 즐거워하기 때문에 아무리 피곤해도 데리고 나가는 겁니다. 이런 제 아이가 자극이 부족해서

집에만 오면 책장앞에 앉아 깔깔깔 웃어대며 책을 놓지 않는게 아니라고 보는데요.

육아서들 읽으면서 나름 버릴 내용은 버리고 배울 점은 내 것으로 만들어 아이에게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미국이라는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사실 생각하고 배워야할게 더 많지요. 아이를 데리고 처음 여기 소아과에 갔을 때 담당 의사선생님이 선물이라며 제 아이에게 책 한권을 내밀었습니다. 이렇듯 미국에선 아주 어린 아이들도 책을 읽어주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지요. 기저귀를 갈아주고 먹이고 하는 일상처럼이요

신의진 교수님은 잘못된 조기교육으로 마음이 병들어 오는 어린 환자들을 매일 보는 사람이니 이런 조기교육 비판서를 내 놓았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병들게 하느니 차라리 시키지 마라 뭐 이런 거 아닐까요?

아무튼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제가 믿고 있는것들이 잘못된게 아니라는 격려 한 말씀만 부탁드릴께요^^

 

[닉네임 : Alan]

 

Alan님.

많은 육아서를 읽으셨네요.

아이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지요. 칼 융은 이러한 힘을 원더풀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힘은 배려깊은 사랑에 의해 자연스럽게 발현 하게 되지요. 우리는 이런 발현을 교육이라 합니다. 아이가 말을 배우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배우는 것은 원더풀 아이의 발현 입니다. 그런데 부모의 거짓 자아에 의해 아이에게 책읽기나 글을 배우기를 강요하면 아이는 부모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포기하고 여러가지 가면을 쓰고 부모가 무의식에서 원하는 것을 따라 가려 합니다.

이 경우에는 아이는 내적불행을 가지게 되며, 수치심 중독에 의한 강박이나, 중독, 정신적인 장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아마 신의진 교수님은 그런 아이를 많이 보았기에 그 부분을 염려하는 글을 쓴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거짓자아이지 아이가 한글을 배우는 시기가 문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천부적으로 배우는 것을 좋아 합니다. 사실 말을 못하는 아이도 문자는 배울 수 있습니다. 말을 못하는 아이도 냉장고가 어디에 있냐고 물으면 손으로 짚습니다. 냉장고란 글 씨가 어디에 있냐고 물으면 아이는 찾아냅니다. 냉장고란 사물과 냉장고란 글씨를 구별하는 것은 15개월 전후의 아이들도 능숙하게 합니다.

아마 만6세 이전에는 글을 배울 수 없다는 주장은 그때쯤 아이들의 추상적인 능력이 발달하여 상징을 이해하게 되니까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한글을 가르칠 때 기역에 아를 붙이면 가가 된다는 우리가 어릴 때 한글을 배우는 원리 방식이라면 그런 주장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또한 서구의 알파벳 같이 음소 중 b와d, p와q같이 뒤집으면 같아지는 음소가 있으면 대체로 7세에서 8세 까지 음소를 혼동하여 난독증으로 갈 염려가 있기에 서구에서는 어릴 때 글을 가르치라는 이론이 없습니다. 글을 가르치는 것을 법으로 금한 나라가 있을 정도 입니다.

푸름이닷컴의 아이들은 두 돌 전후에 글을 읽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것은 엄마라는 통문자를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글을 배웠기에 가능한 것 입니다. 사물을 구별하듯 문자를 구별하여 문자를 배울 때는 오히려 60개월의 아이보다는 두 돌 아이들이 훨씬 빠르게 습득 합니다.

글을 읽는 아이들은 이미 인류가 만들어 놓은 지식과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 도구를 획득한 것 입니다. 그 아이들은 언어도 유창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력도 함께 갑니다. 사고도 확산 됩니다.그런 아이들은 당연히 창의력도 뛰어 납니다.

아이에게 오감의 자극을 주는 직접경험은 중요 합니다. 그래서 푸름이교육법에서도 자연을 중시하고 놀이와 스킨십을 강조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책도 좋아 합니다. 아이는 장난감은 한번 놀고 집어 던질지 모르지만 책은 수없이 반복해서 읽습니다. 그것은 책이 아이의 능력에 맞는 도전을 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과정이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책을 학습의 도구로 접근하지는 않습니다. 책은 아이에게 몰입과 행복을 줍니다.

우리가 성장하면 우리는 역설을 이해하게 됩니다. 역설을 이해하는 사람은 규정짓지 않습니다. 푸름이교육은 경험을 통해 발전한 것이지 머리로 만든 교육은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강연 중에 제가 한 말도 아이의 눈빛을 보고 다르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눈빛을 따라 가라고 충고 합니다.

엄마의 거짓자아가 책읽기나 문자 배우기를 무의식에서 강요하면 아이는 당분간은 자신을 속이고 엄마의 기대를 따라 갈지는 모르지만 자기주도적인 책읽기는 언젠가 멈추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의 특징은 원더풀 아이의 활기를 잃어버리고 신경증 적인 증상을 보입니다.

스캇 펙의 표현처럼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려서는 안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론 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느끼는 직감을 절대 무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처럼 성장 하시면 내안에 어떤 거짓 자아가 있는지를 알게 되고, 감정도 풍요로워지며, 자유롭고, 점점 분별의 힘이 강해지실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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