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는 오늘로 딱 만26개월이 되었습니다.
제 아이는 남자 아이인데요, 공룡도 차도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 다른 남자아이들의 남다른 자동차 사랑을 보며 우리집도 곧 주차장이 되겠지 은근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가끔 외출하기 전 운전석에 앉아 보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씨앗, 꽃, 나무, 똥, 과일, 달 해님인데요. 일단 한글이든 영어든 이중에 한 가지가 나오면 성공입니다. 10개월쯤부터 자연관찰의 사랑은 지금까지 변함없구요.
창작이나 제가 원하던 예쁜 그림의 한글책을 하도 봐주질 않아서, 그래 자연관찰이라도 봐라 하고 사준 게 벌써 4~5질이나 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돌 지나면서 애가 영어책을 보기 시작하더니 두 세 계절을 거의 영어책에 파고들었습니다.
한글책은 거의 자연관찰 책만 보던 녀석이 영어책은 책가림도 없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는 소신대로 사실 마음한구석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아이를 믿고 따라주었습니다.
두돌 될 때까지 줄기차게 영어책만 너무 봐서 여기 글을 올렸더니,
'어떤 분은 그래도 한글책을 우선으로 해서 자리를 잡아줘야 한다.' 또는
'아이가 영어책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 이니 더 즐기게 해줘야 한다.' 였습니다.
그때 제가 내린 결론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보기 나름이구나...
이 상태에서 '더 재미난 한글책을 찾아 조금 더 신경써주자!' 였습니다.
또 영어책과 한글책의 난이도도 제가 보기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요즘 아이는 20줄씩 되는 영어책도 읽어 달라고 하면서 꼼짝도 안하고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영어의 목마름이 끝났는지 새해 들면서 다시 막 보기 시작한 한글책이 까꿍과 까꿍 수준의 책 입니다.
아이의 한글 책 수준이 그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아. 제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어떤 분은 영어를 이제 차단하고 한글에 박차를 가해라! 하시는 분들도 있구요,
한글을 빨리 떼 주고 싶은데 어떨지 걱정도 되구요,
다른 남자아이들과 다른 정서나 관심사, 그리고 한글책과 영어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저 좀 도와주셔요.
[닉네임 : 뿜빠뿜빠]
뿜빠뿜빠님.
제가 보기에는 고민 할 문제가 아니네요.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즐기면서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면 영어를 주세요. 한글책도 책이고 영어책도 책 입니다. 어느 책이던 한분야가 높아지면 다른 분야도 자연스럽게 따라 갑니다. 저는 처음에 영어가 먼저 나오는 아이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영어도 자연스럽게 깊어지지만 한글도 어느 시점을 지나면 급격히 받아들입니다.
아이가 한글 책으로는 까꿍이나 까꿍 수준을 보아도 자연관찰 분야는 훨씬 깊을 것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는 제 나이보다 15년에서 20년을 앞서 갈 수 있지요.모 든 남자 아이가 자동차나 공룡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가 다양하네요. 꼭 창작책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렇게 자연관찰이니 백과로 가는 아이 중에는 굉장한 지적능력을 가진 아이가 많습니다.
영어와 한글이 함께 가면 말은 조금 늦은 경우가 있지만 곧 두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게 됩니다. 아이의 흥미에 따라 영어를 더 풍요롭게 주세요. 그러면서 한글은 욕심 부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가셔도 됩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마세요. 내 아이의 눈빛을 따라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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