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혼자 놀지 않는 아이 때문에 상담 신청합니다.
제가 그 동안 아이를 과잉보호형의 방치를 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올라옵니다.
그러나 제 변명을 하자면 신생아 때부터 놀아주라는 육아책을 보고 그렇게 열심히 놀아준 죄밖에 없습니다. 아기에게 말을 걸고, 아기를 관찰하고 ,아기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라고 해서 서로 대화하면서 몸 놀이 하면서 놀아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때는 그렇게 노는 것이 제가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제가 재미없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놀아주려고 하지 않으려니 아이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고요. 일단 제 아이의 상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아이는 24개월 남아입니다. 점잖으면서도 명랑한 아이입니다.
요즘 자아가 싹트고 있는지 "내가 할께" "안 해""엄마, 이 놈 하지 마요." 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습니다. 실내 놀이터에서도 친구들이나 형 누나들 노는 것 관찰하고 따라하고 제가 지켜보기만 해도 미끄럼틀 타고 잘 놉니다. 놀이터 모래밭에서 모래 만지고 놀기, 공원 풀밭에서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들고 다니면서 놀기, 자동차 가지고 놀기, 요즘에는 기차에 빠져있습니다. (집 아닌 곳에서는 혼자 노는 편입니다. 이것만 보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러나 집에서는 절대 혼자 놀지 않습니다. 다이버 아저씨, 요리사 아저씨, 기관사 아저씨 놀이, 어부 아저씨 놀이, 일명 소꼽놀이가 될 수 있는데 이 놀이도 혼자서 하는 놀이는 아닙니다. 저와 같이 하는 놀이입니다. 저더러 이불로 만든 우물에 빠지라고 하고 구해주고 병원 가서 진찰 받고 약국 가서 비타민 받는 놀이를 합니다. 기관사 아저씨가 되어 해운대 가서 수족관 물고기 보고, 다이버 아저씨 보고 오는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와 함께 술래잡기, 숨바꼭질 놀이, 저한테서 목마타기, 거꾸로 매달리기, 둥가둥가 놀이, 까꿍놀이하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런 놀이를 하려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놀이지요. 제가 꼭 있어야 하는 놀이입니다. 놀이는 아이가 주도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상황을 설정하고 저는 거기에 맞춰서 맞장구쳐가며 놀이를 진행합니다. 제가 협조를 안 하면 울고불고 난리를 칩니다.
제가 염려가 되는 것은 이런 상호작용 놀이는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절대로 혼자 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집안일은 가까이 사는 친정 어머니가 돌봐주셔서 아이와 하루 종일 노는 데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놀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저더러 무슨 무슨 행동을 하라고 시킵니다.
예를 들어서 점토 놀이를 좋아합니다. 주물럭주물럭 놀이라고 부릅니다. 이 놀이를 아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저더러 하라고 시킵니다. "엄마 기차 만들어 주세요." "기관사 아저씨는 어딨어?" "바퀴 어딨어?" 기관사 아저씨도 만들고 바퀴도 만들라는 뜻입니다. 물론 아이가 점토를 조금 주무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더 많이 주무르고 만듭니다.
제가 아이 대신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뭔가 많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우리집은 아이 장난감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모터 보트, 터그 보트, 로우 보트가 갖고 싶으면 저더러 찾아오라고 시킵니다. 제가 거부했습니다. 그랬더니 울며 불며 뒤집어 지더니 저더러 "같이 찾아볼까?"합니다. 결국은 장난감을 제가 다 찾아 옵니다.(이런식으로 제가 놀이 시중을 들어야 합니다.)
블럭을 하는 것도 아니고,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가위질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만져주는 수준으로 놉니다. 보통 저더러 뭘 그리라고 하고, 가위질도 같이 하자고 하지요. 뭐든 저랑 같이 해야합니다.
아주 아기때부터 (신생아 이후부터) 혼자 누워있는 법이 없고 항상 저한테 안기거나 저를 의지해서 놀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뒤집기도 7개월쯤엔가 하고 기기도 8개월되서 했습니다. 걷기는 워낙 저한테 의지해서 걷는 연습을 많이 해서인지 돌 무렵에 시작했습니다.
저의 고민은
1. 아이가 너무 의존적인 것이 아닌가?
(그 동안은 의존 욕구를 충분히 받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 제가 외출 했을 때는 가끔씩 "엄마 어딨어?" 하면서 찾기도 하지만 혼자서도 잘 논다고 합니다. (사실 아이를 친정 엄마께 맡기고 외출하는 일은 병원 갈 일등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항상 제가 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친정 엄마는 1년 삼백육십오일중 약 삼백일은 아이와 같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한 두 시간쯤 제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3. 왜 혼자 놀지 않는가?
4. 지금 아이의 놀이가 아이가 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제가 놀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의심이 들었습니다.
푸름이 아버님 시간 나실 때에 저와 저의 아이의 상태 좀 봐주세요. 어떤 때는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닉네임: 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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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님.
왜 갑자기 과잉보호 했다고 느끼셨는지요?.
24개월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고 엄마에게 역할을 맞기고 있다면 이는 아주 좋은 발달을 보이는 것 입니다. 당연히 아이가 엄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지요. 아이는 엄마가 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자기가 하게 될 것 입니다. 무엇을 만들려면 손의 협응력이 발달해야 하지요.
지금 혼자 논다면 오히려 의존욕구를 채우지 못해 과독립했는지를 의심해야 합니다.
아이와 신나게 노세요. 아무 조건을 걸지 마시고 함께 즐기세요. 이런 아이는 독립되면 아주 깔끔하게 엄마와 떨어집니다. 아이와 놀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놀이의 주도권을 점점 아이가 잡아 갈 것 입니다.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면서 엄마는 한발 늦게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비교하는 것은 어머님 내면에 비교당한 아이가 있기 때문 입니다.
그 아이를 자각 하시면서 즐육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