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이제 딱 만19개월 되었네요.

아이를 친정어머님께 맡기고 직장을 다녔지만 친정과 직장 거리가 너무 멀어 정작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도 안되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내내 육아서만 보다보니 이건 아니구나 싶더라구요. 아이가 만10개월이 되었을 때 직장을 그만두고 제가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푸름이닷컴에 처음 가입했을 때 메모 했던 다른 큰 이유도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직장을 그만 둔 이후 완전히 해결된 문제이기에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요.

오늘 이렇게 글을 적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시어른께 이런 경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서입니다.

그냥 넘어가도 될 수 있겠지만 제 아이가 무슨 뜻인지 이해할 나이가 되면 상처를 받거나 선입견이 생길까봐 걱정이 되어서요. 새벽에 아이 재워놓고 너무도 고민이 되어 요새 거의 잠도 못 잘 지경입니다. ㅠ.ㅠ

저나 신랑이나 타고난 마른 몸매입니다.(주변에선 부러워할만 하지만 시댁 어르신들은 못 마땅해하십니다. ㅠ.ㅠ)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허약한 아이는 아닐까 고민도 많이 했지요.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지요. 밥도 가리는 거 없이 너무도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사실 10개월 때 제가 키우기 시작할 무렵엔 밥 주는 사람이 바뀌어서 그런지 먹이는데 무지 고생했습니다. 입을 안 벌리고 숟가락을 계속 빼앗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마음대로 먹으라며 해달라는 대로 해줬죠. 그땐 사실 자포자기였습니다. 이유식 먹이는 걸  포기하고 그냥 밥이랑 야채를 푹 삶아서 집어먹게 했더니 그 이후부터 정말 주는 대로 잘 먹더라구요. 삶은 당근이나 브로컬리를 간식으로 줘도 너무 잘 먹어서 지금은 형님이든 올케들한테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시고 돌 때 쯤 부터 시어머니는 이렇게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모습 보실 때마다(거의 끼니 때마다) "아이고 잘 먹네~ 엄마가 굶겼나~ 이렇게 잘 먹는 수민이를~" 하십니다. 그리고 아이 안아보실 때 마다 "아이구 살이 많이 빠졌네~ 왜이리 빠졌나~ 몇 킬로나 나가나? 10킬로도 안나가재?" 하십니다. 휴~ 전 그 때마다 변명 아닌 변명을 하게 되구요.

지금 수민이는 뚱뚱하다/날씬하다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있는데(책을 통해 배웠지요) '엄마가 굶겼나보네~" 라는 말도 곧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아이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 못하고 엄마가 굶겼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입니다. 시댁에서 쌀을 보내주시는데 쌀이 안준다고 '이 집은 밥을 안해먹나~' 라는 말씀도 자주 하시구요. 며느리 입장에서 정말 큰 스트레스가 되어 그런 상황이 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듣고만 있게 되네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시댁에 가면 제가 할 일이 많아져서 아이가 가끔 혼자 놀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시어머니는 다짜고짜 "아이고 착해라~ 우리 수민이는 착한 사람이지요~" 하십니다. 많은 육아서를 통해 근거 없는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알기에 전 이런 말을 들을 때도 정말 불편하더라구요.

시댁에 갈 땐 보통 1박 2일에서 명절 땐 신랑 휴가가 길어서 3박4일 정도 있게 되는데 시댁에 있는 동안 "우리 수민이는 착한 사람이지요~"라는 말씀을 20~30번은 듣게 됩니다. 제가 너무 듣기 불편하여 지난 추석때 고민 끝에 말씀드렸습니다. 칭찬하실 때는 "착하다" 하지 마시고 이유만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우리 수민이 혼자서도 잘 노는 구나~" 이렇게요. 말씀 드렸더니 "나는 그런 거 어려워서 못 한다~" 하시더라구요. 휴~ 지금은 그냥 횟수라도 줄여서 말씀하시면 좋겠네요.

그리고 요새는 식사 중에 아들 얘기를 많이 하십니다. 2세 계획에 대해 물으시는게 아니라 그냥 두 분이서 말씀하십니다. "얼른 아들 낳아라. 그래도 아들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명절때 덜 쓸쓸하지. 아들이 있어야 든든하다." 하시면서요. 수민이는 옆에 앉아서 할머니 입에 반찬 넣어주며 웃고 있는데 제가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의 신랑은 2세 생각 없으면(제가 오히려 설득 중이었습니다.)서도 "네~" 하구요.

그 이후 저는 수민이한테 "우리 이쁜 딸, 역시 열 아들 안 부러워요~" 라고 자주 말해주는데, 이것도 괜히 아들/딸 구분 짓는 것 같아 잘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중간에서 신랑이 어느 정도 나서서 말이라도 해 주면 좋을텐데 저희 신랑은 너무도 '효자'인지라 아무리 부모님이 억지를 부리셔도 절대 말대답 안합니다. 답답할 때가 많지만, 이런 것도 수민이가 다 배울테니까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냥 제 속이 탈 뿐이죠.

시댁 어르신들은 끼니 때마다 식후에 커피를 드시는데 시아버님은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수민이한테 뜨거운 커피까지 먹어보라고 주실 때가 많습니다. 수민이는 당연히 좋아하며 다가가죠. 시어머니가 뜨거워 안된다 하시니 시아버님은 "괜찮다, 뭐가 뜨겁냐. 하나도 안 뜨겁다. 괜히 애 놀라게 하지 말아라." 하시면서 오히려 역정을 내셔서(목소리가 상당히 크십니다) 수민이가 그 바람에 놀라서 울기도 했습니다.(커피 탄 지 1분도 안된 정말 뜨거운 커피였습니다.) 커피를 드실 때마다 뜨거운 커피를 수민이한테 주시는데 아무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네요. 언젠가는 정말 받아먹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뜨거워서도 안 되는거지만, 두 돌도 안 된 아이에게 커피는 정말 안 되는 거잖아요. 과자는 어른한테도 안좋다는걸 알기에 저는 아이한테 과자도 쌀과자나 뻥튀기 이외에는 안주고 아이가 과자 달라하면 땅콩, 호두, 아몬드, 건포도를 주고 있습니다. 아이도 아주 좋아하구요. 아이가 스스로 먹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자제 할 수 있을 때 까지는 맛보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이것도 의도대로 하기 힘드네요. 시아버님이 담배 피우시고 들어오실 때 꿀꽈배기 같은 걸 사 오시며 수민이를 주시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도 수민이는 귤이나 떡을 과자보다 더 좋아하니 사주시고 싶으실 때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도 못 드리고 있네요.

지금은 시댁을 거의 두 달에 한 번 꼴로 방문을 하고 있는데 내년 봄에 차를 사면 한 달에 한 번은 뵐 것 같습니다.

그 정도만 되어도 수민이한테 영향이 클 것 같은데, 제가 너무 깊게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시부모님께 수민이를 위해서는 저의 이런 걱정들에 대해 어떻게든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말씀을 드려도 그 때 뿐이고 괜히 기분만 상하게 해드릴까 봐 걱정입니다.

특히 시아버님이 상당히 고집이 있으시고 카리스마가 대단하십니다. 명절 때 다들 바쁘게 일할 때도 한가하게 신문 보시며 "물 갖고 와라" 하시는 분이십니다. 저희 친정집 분위기랑 너무도 달라 처음에 충격이 컸습니다. (친정 아버지는 저 결혼 후에도 가끔 저희 집에 오실 때면 제 도시락 반찬까지 만들어주시는 분이시거든요. 지금은 올케들 먹으라고 고기 재어 주시느라 바쁘시구요.) 저도 아직까지도 시집 분위기가 잘 적응이 안 되어 시아버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요령이 안 생기네요.

며칠 전에 서울에 볼 일이 있으셔서 올라오셨는데, 수민이가 12시가 되어도 안 자는 거 보시고는 "애를 그렇게 키우면 안된다. 엄마가 조절을 해줘야지 애가 뭘 알겠냐. 애 안 잔다고 계속 놀아주면 안 된다. 얼른 재워라" 하셨을 때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네~" 대답만 드렸습니다. 그날도 수민이는 새벽 3시 반까지 책을 읽다 잤구요.

신랑 말로는 부모님이 말씀하시면 대답만 잘 하고 우리식대로 하면 뭐라 안하실거다 해서 답답하지만 그렇게 하고 있는데. 수민이가 이제 말을 곧잘 하게 되면 시부모님이랑 직접 대화도 하고 할 텐데 어떤 영향이 있을지 벌써부터 너무 걱정이 되네요.

한 달에 한 번 꼴로 시부모님을 뵙게 되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저는 그냥 집에 와서 아이에게 다시 잘 설명만 해도 아이가 잘 받아들일까요? 훈계를 해도 그 자리에서 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도 그 자리에서 얘기하고 설명해야 이해할 수 있을것 같은데, 부모님 앞에선 저도 모르게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하게 되서 너무 답답하네요. "참 착하구나" 라는 말을 들으면 네 다섯살만 되어도 '난 착하지 않은데 왜 그러지?' 하면서 일부러 나쁜 행동을 골라 하면서 착하지 않음을 증명하려 한다던데, 이런 것에 대해 지난번에도 설명을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렇게 하시는데,  부모님께 이해시킬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해마다 연하장을 보내드렸는데 올해엔 소포로 '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 제가 읽던 책을 한 번 드려볼까요?(전 책 읽을 때 책에 색연필로 표시하면서 보거든요.)

휴~ 저처럼 이런 고민 하고 있는 분들이 어딘가 또 계시겠죠? 노하우 공유 좀 해 주시면 좋겠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주시면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닉네임: 짝콩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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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콩이맘님.

엄마는 고민이 큰데 저는 재미있게 읽어 죄송 합니다. 특히 아빠가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방어기제가 미소 짓게 하네요. "네~"하고 우리끼리 잘 하면 된다는 것이 정답 같네요.

아이의 주 애착자는 엄마, 아빠 입니다. 한달에 한번 시댁에 가서 받는 부정적인 영향은 부모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으면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부모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엄마가 아이에게 주면 그때는 문제가 되지요.

시부모님이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분들 나름대로 아이를 사랑 하지요.시부모의 사랑을 받을 기회를 아이에게 주어 아이의 삶이 더욱 풍요롭게 해 주세요.

다만 부부의 삶을 시부모님이 침범해서 참기 힘들다면 남편과 상의해서 남편이 가정을 방어하도록 하세요. 결혼을 해서 남편이 첫 번째 해야 할 것은 가정을 지키는 것이지요.

수민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네요. 대근육운동을 하는 시기에는 남자처럼 몰입하다가 이제는 정적인 활동을 하네요. 분별력이 뛰어나고 오랫동안 몰입하는 힘도 있네요.

배려깊은 사랑으로 크고 있기에 작은 것에 상처받지 않을 것 입니다. 아이의 힘을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