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감사합니다.

항상 푸름이닷컴이 아니었더라면 어찌 살았을까 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립니다.

저는 지금 한창 내면치유 중에 있습니다. 무기력과 우울증을 느끼다가 조금씩 저를 인정하고 저의 감정을 지지해주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수치심과 죄책감의 고통에서는 조금 벗어나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장병혜 박사님의 책을 보다가 아이의 기본력을 다져줘야 한다는 글을 읽고 고민이 됩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 하기 싫은 것도 참고 할 수 있도록 키워야 한다는 부분에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이는 지금 24개월입니다.

어차피 아이가 실컷 놀고 책보다 늘 12시를 넘기고 자는데다가, 제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타입이어서 생활 속에서 아이의 규칙적인 습관을 기른다는 게 저한테는 불가능하게 느껴지는데, 저는 아이를 배려한다고 하면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만 따라가고 어떤 규칙적인 환경을 주지 않는 게 방임은 아닐런지 걱정이 됩니다. 더구나 이제 막 저의 감정과 저의 행동, 선택에 인정을 해주고 억지로 참지 않으려 하는 중이라, 아이를 위해서 억지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희생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또 제가 억압받고 자라서인지, 아이에게 통제나 규제, 유도를 해야 한다는 등등의 말만 들어도 거부감이 심하게 들고, 한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속이 멍하며 방법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만약에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서 매일 늦잠자고 지각을 한다면, 선생님께 야단맞고 스스로 배워서 방법을 찾아간다 하더라도..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지각이 반복된다면, 그래서 혹시나 너무 힘들어하게 되지 않을까. 예를 어떤 걸 들어야 할지 몰라서 지각하는 예를 들었는데요. 어릴 때 습관 형성을 해주지 않으면 때를 놓치게 되는 게 아닌가. (책에서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되어 있어서요.)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끌어내주는 교육을 하는 것이, 싫거나 힘든 일을 참고 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도 잘하고, 힘들어도 열심히 한다 해도, 관심이 없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에는 어떻게 하게 되는 건지요? 저도 너무 막연해서 질문도 구체적으로 잘 되지 않네요. 막연히 아이가 싫어도 뭔가를 참고 하지 못하는 아이가 될까 우려하는 맘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싫으면 안하면 되지, 싫은 거 꼭 억지로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도 약간 있습니다. 살면서 싫어도 꼭 해야 하는 게 어떤 게 있는지 잘 생각나지가 않습니다.

지금의 경우 아이가 응가 씻는 걸 무척 싫어합니다. 기저귀에 응가를 하고 씻자고 하면 강력히 거부하고, 어떨 때는 2시간동안 쪼그리고 앉아 책보다가 다리가 저려 너무 아파서 울면서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하고 제가 안고 겨우 응가를 씻을 때도 있습니다. 기다려줬더니 지금은 조금 나아져서 가끔 먼저 응가 씻어줘 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제가 먼저 응가씻자고 하면 강력히 거부합니다. 양치질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양치질에 대한 책도 많이 보고, 인형도 양치질을 시켜주면서 즐겁게 놀지만, 본인은 무척 싫어하고, 하자고 해도 안하고, 이제는 저는 하자는 얘기도 안합니다. 언젠가 때 되면 하겠지 라고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있고.. 하자고 해도 안하는데 뭐 어쩌겠어? 라는 생각이 큽니다. 제가 양치질할 때 와서 구경하고 있으면 '아영이도 같이 할래?' 물어봐도 안한다고 하면, 그래 싫으면 말아라. 라고 해버리는데.. 그게 방임인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막연히 아이가 싫은 것도 참고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건지.. 하는 궁금증에서 질문 드립니다.

어제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책을 사서, 체크리스트가 있길래 해보니, 저는 방임형 부모로 나타났습니다.

감정 코칭형 부모가 되기 위해서 아이의 한계를 정해주고, 화를 표출하는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줘야 하는데,

예를 들면 저는 아이가 화가 났을 때 사람을 때리거나 사람에게 물건을 던지는 건 안 된다고 하지만, 그 외에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블럭 놀이를 할 때 잘 안돼서 화가 나서 블럭을 집어던지면, 화가 난 감정에는 공감해주고, 블럭을 던지는 행동에 대해서.. 저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던져야 해.. 그리고 화가 많이 나면, 엄마랑 저기 소파까지 멀리 던지기 해볼까? 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던지는 것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같이 열심히 던지기를 하며 감정을 해소했습니다. 하지만 화가 나서 던지는 걸 제재해야 하는 걸까요? 평소에는 던지기를 해도 되고 화가 날 때는 던지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어제 제가 물을 조금 먹였는데, 아이가 화가 난 상태여서 침을 뱉었습니다. 화가 나서 침을 막 뱉는데, 뱉다보니 더 열받아하면서 더 열심히 뱉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많이 열 받았지만, 저는 나중에 셀프코칭으로 풀 수 있으니, 아이에는 감정에 공감해주려 노력하면서 나름 감정코칭을 해야 할 거 같아서 화가 나도 침을 뱉는 건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엄마가 너무 기분이 나쁘다고, 다른 사람들도 기분 나쁘다고, 앞으로 침 뱉는 건 안돼. 라고 했습니다.

근데, 평소에 양치질 물을 뱉거나 침을 뱉는 걸 잘 할줄 몰라서 목욕할 때마다 물을 머금고 뱉는 걸 재밌게 연습해 왔었는데, 화가 나서 뱉는 건 안된다고 하는 게.. 아직 어린 개월 수에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염려도 됩니다.

(쿠키를 달라고 하는데 없다고 하니 떼를 쓴거여서, 대신 빵을 먹을까? 하고 해결을 했습니다만, 만약에 빵도 없고, 과일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더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답은 아이가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쿠키가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물으면 케이크를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구 떼를 쓰더라구요.)

배려라고 해왔지만, 방임이었다고 알게 되니 참 답답하고, 어렵습니다.

억압과 방임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배려를 할 수 있는.. 방향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추가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가 책을 보다가 좀 쉬다가 집안을 휘 둘러보다, 별로 재밌는 게 없어서 다시 책 보자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너무너무 심심하고 놀거리가 없어서 책이나 보자  하고 책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장난감이 너무 없나 싶어서 좀 사줬더니, 한 며칠 재밌게 갖고 놀다가 또 시들해지고, 밖에도 별로 안나가려고 하고, 하루 종일 책을 보다 말다 보다 말다 하는 모습이.. 뭐랄까.. 사는 낙이 없다, 재밌는 게 없다, 그나마 책 보는 게 낫다, 라고 책을 보는 느낌입니다. 이게 제 문제 때문에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아이가 정말 책 말고는 흥미있는 게 없어서 그런 건지,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놀아주는 걸 열심히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드라마를 보는데 격렬한 액션신 총격신이 나왔는데 그걸 보고 아이가 너무 놀래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더니 책 읽어달라고 책보자고 울면서 소리쳤습니다. 한동안 TV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하고 TV 있는 방에도 들어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제가 TV를 껴면, 끄라고 소리치면서 책 보자고 울부짖습니다. 책이 도피처인거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이가 삶이 행복하지 않고, 책으로 도피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는 정상인데 제가 행복하지 않아서 아이도 그런 것처럼 보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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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복만님.

감정이 터져 나오니까 질문도 터져 나오네요. 질문의 요지는 무엇이 배려이고, 무엇이 방임인가를 묻고 있네요. 엄마가 억압 받았기에 아이에게는 억압 하기는 싫습니다. 그러나 억압을 안 하기에 오히려 방임이 되는가를 걱정하시네요.

억압이 싫어 방임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방임은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엄마가 아이를 믿지 못하기에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해주는 것 입니다. 또한 아이가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 할 때 엄마가 그 감정을 대면하지 못하기에 회피하는 것이지요. 그런면에서 방임하는 엄마는 남들이 보기에는 뭐든지 다해주는 희생하는 엄마처럼 보이고 아이를 잘 키우는 엄마 같은 모습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임하는 엄마가 키운 아이들은 자신의 자아가 침입 당했기에 화가 많아 뒤집어지거나 폭군처럼 굴기도하고, 엄마가 모든 것을 다해 주도록 기다리면서 생기를 잃어버립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엄마가 다해주면 아이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내가 못나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되지요.

방임하는 엄마는 아이를 믿지 못 합니다. 아이의 내면에 위대한 힘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기에 아이의 힘이 발현하는 시간을 기다려 주지 못하지요. 배려는 아이를 믿고 아이의 발달에 맞는 적절한 경계를 주면서 아이를 기다려 주지요. 그런 면에서 경계가 넓으면 배려와 방임이 혼동 될 수 있지요.

엄마가 성장하고 자신의 감정을 회복하면 그 감정이 아주 섬세하게 아이의 발달에 따라 경계를 안내 하지요.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아이에게 공감하고, 아이와 온 힘을 다해 놀면서 아이와 함께 했기에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가 되지요. 이 자존감이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게 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할 시기에는 규칙적인 생활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싫은 것을 참고 할 수 있는 능력도 뛰어 나지요. 이것은 마시멜로 실험에서 알 수 있지요. 기다리는 아이들은 어릴 때 상처받은 아이들이 아닙니다. 그 아이들은 기다리면 보상받는 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를 인내하고 충족을 미룰 수 있지요. 그러나 기다려도 보상받는다는 확신이 없는 아이들은 순간을 참지 못하고 지금 충족시켜야 합니다. 그것을 중독이라고 하지요. 마약은 죽는 다는 것을 알지만 현재 욕구를 충족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 아이가 늦은 밤까지 책을 읽기에 학교에 가서도 그럴 것이다는 염려는 아이의 자존감을 믿지 않는 것이며, 오지 않은 미래를 가지고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지요. 우리에게 내적불행이 있으면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미래의 염려 때문에 현재를 살지 않습니다. 이는 현재의 불안을 회피하는 방법이지요.

님은 경험 상 아이를 존중하고 기다려주니까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양치질도 그렇고 응가도 그렇습니다. 좀 더 아이의 감정에 섬세하게 공감해주면 더 쉽게 아이는 하겠지만, 저는 공감도 엄마의 성장만큼 하는 것이지 일부러 할 수 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성장을 재촉하면 희생이 되어 엄마의 내면에는 그만큼 분노도 축적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똥 싸는 것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면서 갈아 주세요.그것을 미안해 할 이유가 없습니다. 똥을 싸 뭉기는 것은 엄마도 싫고 아이에게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씻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수치심 때문에 그렇나요?. 아니면 기저기를 갈아주면서 이전에 받은 상처가 있나요?. 물의 온도가 안 맞아 그런지요.? 아니면 애초에 물을 무서워하는 것은 아닌지요?. 무엇 때문에 기저기 가는 것을 싫어하는지를 잘 관찰해 보세요. 아이가 머리를 감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는 머리를 뒤로 숙일 때 몸이 넘아 가는 것 같은 두려움 때문 이거나 귀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입니다. 그때는 엄마가 함께 물속에 들어가 물장난을 하면서 감아주면 아이는 대부분 머리를 감지요.

엄마가 참을 수 없을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은 엄마 내면에 분노가 축적되고 희생이 되어 아이는 더 두려워 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경계를 그어주는 것은 억압이 아닙니다. 아이는 그 경계가 없으면 모든 것이 두렵게 되지요.

아이에게 좋은 엄마의 이미지로 남으려 하지 마시고 실제로 좋은 엄마가 되세요.

아이가 화를 상징으로 표현하는 것은 누구를 공격하거나 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게 무엇을 던지는 것은 분명한 경계를 그어주어야 하지만 베게를 두드려 패면서 자신의 화를 표현하는 것은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표현하는 아이들은 남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서 침을 남에게 뱉는 것은 안 되지만 화장실에서는 얼마든지 뱉을 수 있지요. 감정을 표현하도록 배운 아이들은 감정이 억압받지 않았기에 오히려 남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고 자신의 자존감만큼 남을 존중하지요.

배려의 범위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 입니다. 24개월 아이에게 어른 같은 감정의 통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 입니다. 아이가 케이크를 먹고 싶을 때 케이크가 없으면 아이는 좌절하지요. 엄마가 그 좌절하는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면 아이는 서서히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모든 것을 다 그 순간에 다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공감 받지 못한 아이들은 그 감정이 그대로 남아서 언젠가는 충족시키려 하지요.그 것이 유치함 입니다.

아이는 섬세하게 잘 자라고 있네요. 아이는 장난감보다는 책을 좋아 합니다. 장난감은 단순하기에 금방 싫증을 내지요. 아이의 능력에 맞는 도전을 장난감이 주지 못하기 때문 입니다. 또한 책처럼 자극이 순하고 자신의 정신을 써서 집중하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은 TV같은 강한 자극이 주어지는 매체에 대해서는 놀랄 수 있습니다. 조심해서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는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감정도 많이 살아나고 있네요.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배우고 있기에 조금 지나면 존재에 대한 기쁨에 이르게 될 것 입니다. 그때까지 고통스럽지만 치열하게 도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