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이 아버님~ 잘 계시죠?? 저 풀빛향기 입니다.

아빠방 모임에서 강연을 들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우왕좌왕 엄청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저 자신의 내면의 아이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상처를 받았으며

그 아이를 가슴에 안고 살아왔던 내 과거를 생각하보니

정말 힘들게도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에 불쌍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고....

1주일간 친정에 있으면서 엄마 아빠의 행동에 화도 나고 짜증도 나고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 아이와 조카에게 대하는 행동을 보면서 아~ 나 어릴 적에 나에게 저렇게 대했구나...

그래서 내가 상처를 받았겠구나....이런저런 생각과 왠지 모를 혼란 속에서 항상 부모에게 안심을 줬던 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오면서 화를 내고 울며 돌아왔지요.

지금 저의 고민은 저희 첫째 5세 남자 (53개월) 아이 입니다.

아이가 옆집에 사는 쌍둥이 남매를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저희 집에 초대했었어요. 한 참을 놀다가 저희 아이가 다른 방에서 노는 사이 남매 둘이 자석가베를 가지고 놀았어요. 근데 자석칠판에 자기가 만들어 놓은 작품을 망쳐버렸다는 사실에 대단히 화가 난거예요. 자석가베를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들 옆에 붙어서 화를 내면서 "그럼, 너희들 안 사랑해준다. .너 도둑이냐. 날강도냐. 왜 남이 싫다는 것을 하니? 그럼, 집으로 갈래? 왜 망쳤어 하지마라고 했지! 왜 내말 무시해"라고 하면서 화난 감정을 말로 쏟아 붓는데 옆집 언니(남매엄마)가 깜짝 놀라며 날강도라는 말이며 무시한다는 말을 어떻게 5세 꼬마가 할줄 아냐며 그러는 거예요.

울 아들이 저런 말들을 쏟아 부을 때 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자면 두 가지 마음이 생겨요.

첫째,  화난 감정도 저렇게 솔직하게 표현해 낸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 아직 화난 감정을 애써 누르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들고요. 전 화난 감정을 얼마나 숨겨 놓았는지 찾기도 너무 힘들어요.ㅠ.ㅠ 정말 부럽기도 해요. 전 고함 한번 칠려면 첫째 눈치, 둘째8개월 아기가 놀랄까봐 눈치 이것저것 다 따지다 슉~~집어 넣어버리는데...

둘째, 우리 아들은 어디에 가든 주눅 들지 않고 자기가 아닌 건 아니라고 하고, 어른이든 아이이든 가리지 않고 화난 감정을 표현해내는데 다른 사람들이 이걸 이해해줄지가 걱정스러우며 내년 어린이집 보내려고 하는데 혹시 선생님께서도 사람인지라 우리 아이가 하는 말에 상처 받아서 감정적으로 대하고 미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움 마음이 들어요.

"쟤 두개골을 납작하게 만들어서 땅을 파서 안 보이게 매장시키고 싶어요". "찌찌를 드릴로 뚫어 버릴 거예요", "온 몸에 기름을 칠하고 황금가루를 뿌려버릴 거예요. 눈에 도요.". "너 바닥에 넘어져서 피 날래" "칼로 목을 댕강 잘라서 모래를 뿌려버린다" 등등 끔찍할 만큼의 표현을 해 내는데 같이 즐길 수가 없어요. 전 착한아이 사랑받고 싶은 아이로 자랐던 지라...저런 남 앞에서 저런 상황이 오면 정말 두려워요. 남의 시선도 극복하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어린이집에서 가서 선생님으로부터 상처를 받을까봐 두렵고요.

또 한번은 키즈카페에 가서 스포츠카레이싱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데 씽씽 달리는 자동차를 아이들이 만지고 반대로 한대를 돌려놓으니 부딪히고 하니 감정조절이 안 되어 고함을 꽥꽥 지르는 거예요. 정말 심할 정도로 조금도 생각할 여유가 없이 친구들이 방해를 하면 1초 안에 고함을 꽥꽥 질러요. 그럼, 키즈카페 선생님께서 오셔서 고함지르면 못하게 할 거야. 라고 하면 조금 참는듯했다가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확! 고함을 질러버리고 그래요.

울 신랑이 하는 말이 "우리 아들이 잘못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방해를 해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방해만 받지 않는다면 저런 행동이 나오지 않을 꺼다"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혼자만 계속 지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회에 나가면 어디에서나 저렇게 부딪히는 순간이 나오는데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하는데...

처음엔 저도 잘 타이르다가 참다 참다 결국에는 협박을 하게 됩니다. 고함지를 여고 하면 선생님께서 못하게 한다. 고함지르지마!..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년에 어린이집을 보낼까 하는데..이것 또한 갈등이예요. 부모60분에 나오시는 분과 상담했을 땐 이미 발달의 불균형이 왔다며 행동은 느리고 지적 발달은 느리고 그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시던데...

전 아이가 친구들이랑 싸우고 고함지르고 해도 더 즐거워하는 것 같아 보내고 싶기도 하고

(집에 있으면 완전 방치 상태라...책 독립이 된 상태라 겨우 혼자 책 읽는 정도.) 또 한편으로 괜히 가서 상처 받을까봐 1년 더 데리고 있다가 좀더 성장한 후에 보낼까 싶기도 하고

휴~~~ 서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어떤 선택이 울 아들을 위한 것일지 조언 부탁드려볼께요....^^

날씨 추워지는데 감기 조심하시구요. 푸름이 어머님께도 꼭 안부전해주세요...^^

저희 신랑이 푸름이 어머님 칭찬에 인생수업 원서를 읽고 있습니다..

번역본은 왜곡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꼭 원서를 읽는다네요...~~ㅋㅋ

추천해주신 다른 책들도 다 읽고 꼭 성장해서 다음에 뵐께요^^

                                                                                                               [닉네임: 풀빛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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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향기님.

저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대견 하게 느껴지네요.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과격한 표현도 창의적이네요. 아이는 지금 무법자 시기이니까 법도 없을 만하고 상상력도 발달하고 있네요.

그런데 엄마가 아이를 보는 눈빛은 불안 하지요. 저러다 다른 사람하고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염려가 있지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아직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에 대한 분별은 부족합니다. 이 분별은 부모가 일상에서 어떻게 감정을 표현하는지를 보면서 배우지요.

그런데 엄마의 감정이 억압되어 있으면 아이의 감정 표현이 엄마의 무의식에 억압된 분노를 건들게 되지요. 반사적으로 엄마는 어릴 때 억압받은 방식으로 아이를 억압하게 되지요. 아이는 저항하면서 분노를 표출합니다. 그래서 억압된 엄마의 분노를 아이가 표현 한다고 말 하는 것 입니다.

만일 어린이 집에서 선생님이 간접보호자의 역할을 해줄 만큼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다면 저도 어린이 집을 보내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면 아이는 다른 아이에게도 상처를 받으면서 수치심을 내면화 시키는 과정을 거쳐 가지요. 이것은 내적불행이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과정 입니다.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자문해보세요. 엄마가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아이 교육을 위해 그런 것인지, 엄마 안에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있어 사회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타이르기 이전에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주세요. 조금 있으면 아이셋 맘이 쓴 "내 아이의 마음을 여는 공감대화"란 책이 나옵니다. 그 책안에 공감대화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나오니까 읽으시며 연습하면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아이가 받은 상처는 치유의 과정을 거쳐야만 회복 됩니다. 아이에게 더 상처를 주는 것은 무감각하게 만들고 순응 시키는 것이지 아이의 자존을 높여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키우는 것은 아닙니다.

나 자신을 믿을 때 아이도 믿을 수 있지요. 엄마가 아이를 배려하면 아이도 당연하게 남을 배려합니다. 그러나 어머님이 자신의 억압된 감정을 대면하지 못하면 배려가 아닌 희생이 되지요. 다른 사람의 눈이 무서워 아이를 희생시킵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잘 키운 엄마로 보이기 위해 아이의 감정표현을 희생시키지 마세요.

부부가 함께 성장하고 있기에 아이는 온전하게 잘 자랄 것 입니다.

푸름엄마하고 종종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안부 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