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공포심. 아버지에 대한 감정, 할머니와의 관계와 울 아들상보에 대한 불안에 대해 질문합니다.

들어주세요

제가 두려운 것은 눈입니다 . 어디선가 저를 누군가 보고 있을 거 같은 눈이요

전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았습니다. 혼자 있을 때와 어두운 것이 무섭웠습니다. 거실에 혼자 있을 때면 방안에서 낯설고 무섭게 생긴 사람이 나올 거 같았어요.벽에 거울을 보면 다른 누군가가 있을 거 같구요. 어른이 되면 나아질까 했는데 똑같이 무섭네요. 새벽에 자다가 아이 두유가지러 갈 때도 어두운 거실을 들어서면 소파에 누군가 앉아서 보고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울 집에는 밤에 부엌 등을 켜두고 자요.

제가 무슨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이런 얘기하기가 정말 부끄럽네요. 정말 부끄러워요. 늘 상상이 됩니다. 저를 보는 거 같은 어떤 눈이요(무섭고 날카롭게 봅니다). 공포영화 같은 거 예고편만 봐도 심할 땐 그 장면이 밤에 생각이 나요 .

저야 괜찮은데..울 상보가 그럴까봐 싫습니다. 지금 울 상보가 밤에 불 끄는 것을 싫어해요. 아이가 저의 눈에서 두려움이란 것을 읽고 받아들일까 겁나네요. 이런 얘기 하는 것이 정말 부끄럽네요. 오래전부터의 저의 고민입니다. 제겐 겁 많은 제가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

제가 나아질 수 있을까요?

어릴 때 아빠의 방임과 엄마의 강압 사이에서 자랐습니다. 어떤 책에서 본 게 생각이 나네요. 날개가 꺽인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저는 저를 늘 수치스럽고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엄마가 원하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엄마가 자랑스러워 할만한 대단한 남자와 결혼하지 못한 것, 엄마가 자식 때문에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야 된다는 것까지.. 그 모든 것이 저 자신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부모님이 자주 다투시는 것이 무섭고 싫고 부끄러웠습니다. 부모님과 집에만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또 싸우실까봐요.. 또 소리치실까봐요. 그런데 그것도 어느 순간부터 무감각해졌습니다. 살자니 그럴밖에요. 감정을 닫은 것입니다. 외부의 어떤 것에도 자극받지 않고 반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 자신이 수치스러워 세상과의 통로도 꼭꼭 닫고 살았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없었습니다.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어릴 때부터 삶이 지루했습니다. 왜 나는 열정 같은게 없는 걸까 늘 우울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착하고 이쁜 딸이 되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엄마는 제가 있어서 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저 그거면 만족했습니다. 엄마의 반응하나에 울고 웃고 했습니다.

푸닷을 알고 나서 독립을 많이 했지만..아직도 착한 딸이 되려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엄마가 아이의 행동하나하나를 강압과 감시의 눈으로 키웠다 해도 저처럼 겁 많게 자랄 수 있나요. 제가 이런것이 제가 잘못된 것만 같습니다. 제가 잘못된건가요?

중간에 엄마와의 대면도 몇 번 있었고..엄마께 편지도 썼습니다.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의 끝없는 강압과 희생을 통한 굴레가 눈에 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엄마와 같은 공간에 있는것이 불편합니다

아빠의 방임과 엄마의 강압이 너무나 눈에 보여 대화하기도 싫습니다

아버님..

부모에 대한 연민은 언제 느껴지나요?. 어느 수준까지 성장해야 하나요? 점점 더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부모님이 싫습니다. 그리고 요즘 의문이 자꾸 생깁니다. 강압으로 저를 순종한 아이로 키우신 엄마가 밉습니다. 그런데 방임으로 우리를 버리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왜 안 생길까요?

제겐 어릴 때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 늘 밖으로 다니셨지요. 집에 오면 늘 인상을 찌푸리고 티비만 보셨지요. 한번씩 아버지가 우리를 가르치신다(?)고 훈계나 훈육에 들어가면 엄마는 늘 화내며 그것을 막으셨지요. 지금은 엄마의 그러한 것들이, 우리와 아빠와의 사이를 갈라놓았다고 생각됩니다. 아빠는 늘 가정에서도 갈곳 없어 밖으로 떠도셨지요. 저에게 아버지란 존재가 들어오지 않았기에 아무 감정도 없는 것인가요?

상보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울 상보는요(지금 22개월입니다). 집에서 가지고 놀려고 하는 것은 거의 만지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미세한 손동작을 잘 합니다. 20개월 때 드라이버를 나사에 꽂아서 돌리더라구요. 그것도 한손으로요. 잘 웃고 제게 장난도 자주 걸곤 합니다. 노는 것이 남자아이치곤 과격하지 않다고들 하네요. 제가 주변의 애기 엄마들과 많이 어울리지는 않았습니다. 원체 잘 안 나다니는 편인데다 아이들끼리 부딛치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뺏거나 때리거나 하진 않습니다. 놀이터에서는 다른 형. 누나들 노는 것을 주로 보다가 다른 아이들 안 탈 때 타곤 합니다

상보는 창작동화보단 자연관찰 등(동물. 물고기. 공룡. 국기)을 좋아합니다. 21세기 학생백과를 한동안 잘 봤습니다. 신기한건 책을 사면 함께 오는 부모가이드를 너무나 잘 봅니다. 부모가이드에서 책에 있는 그림과 같은 것이 나오면 그 그림을 책에서 찾으면서 봅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이젠 모든 책을 같은 그림을 찾으며 봅니다. 대게는 혼자 보는 것을 좋아하여 저는 그냥 옆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표지와 속지의 같은 그림을 찾으면 그래~하고 박수치고 호응해주는 정도입니다. 조심성은 많은 편이구요..관찰력이 좋은 편입니다. 눈치가 빨라 조금만 억압이 들어가면 바로 울거나 침울해합니다..신랑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전 그 부분은 상보를 믿고 있습니다..저의 육아의 첫번째가 강요하지 말 것!입니다

잠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자주 깨고 수면시간이 적은편입니다. 6개월까진 거의 업고 안고 잤네요. 그래도 그렇게 민감하던 아이가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한동안은 산책을 나가면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를 보며 웃으며 인사하려고도 했던 아이입니다. 요즘은 낯선 사람들끼리는 아무때나 인사하지 않는다는 걸 안 모양입니다. 예전보다는 낯가림이 있지만 나름의 적응시간 후 상보가 스스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주로 어른을 좋아하지요..또 남자보다는 여자를요. 시댁과 친정에는 한달에 한 두 번만 가는데도 할머니들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어른들이 울 상보를 이뻐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거의 할머니와 있으면 저한텐 안 옵니다. 이것은 어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엔 할머니 젖을 빠는 상보를 보곤 놀라서 그러지 마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님이 얼른 옷을 덮으시더군요(그 전부터 상보가 제 젖을 빨기 시작한건 있습니다)..그치만 제가 그러지 말았어야 할까요?

초기에 어른들께 사랑받으라고 만나면 무조건 어른들께 안겨준 적이 있습니다..ㅜㅜ

그리고 그 때만이라도 편해보자 싶어서 은근히 할머니들한테 상보가 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아마 은근 떠다밀었다고 하는 표현이 맞겠네요 그래서 그런가요? 할머니와 있으면 그 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지금은 할머니들과 있으면 거의 할머니 곁에만 있습니다. 엄마로서 제가 모자라서 아이가 자주 만나지도 않는 할머니를 좋아하나 싶어서 부끄러운 마음도 듭니다.

아버님. 그것을 그냥 두어도 되나요?..

할머니에게서 제가 못 준 부분을 충족시키려 하는 것인가요?

제가 상보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저의 불안....늘 아이가 아플까봐 불안합니다

아이를 낳고 줄곤 이어진 생각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자주 앓았습니다

제가 아프면 부모님도 다투지 않으시고 제게 부드럽게 대했지요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사랑받기 위해서였다는것을 이제야 알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저의 불안은 어떤 것입니까?

왜 상보가 아플까봐 늘 걱정이 될까요?

이 불안은 어떻게 떨쳐낼수 있나요?

용기내 적어봅니다

아버님..저를 믿는다는 것이 힘이 듭니다(그 어떤 말보다 이말이 제일 쓰기가 힘드네요)

제가 아이의 온전한 모습 그대로를 비춰줄수 있을까요?

이제껏 어둠속에서 불안에 떨며 살던 제가 그럴수 있을까요?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내 아이가 가면을 쓰고 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푸름 아버님.. 제게 용기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