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두려워해도 아이는 그리 두렵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푸름이, 초록이 부모님!

요 며칠 잠을 설치어 피곤하고 힘이듭니다..

지금은 잠에서 잠시 깨어 두려움이 옵니다.

29개월 아이에게 자연이란, 지성이란 무었일까?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저를 맴돌았고, 문정이에게 어찌 줘야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겐 자연스러운 것이 저에게는 의문인 것이 새삼스러웠습니다..

좀전 자다 깨어 화장실에 가는 찰나 남편이 벌떡 일어나 바퀴벌레 큰 것이 있다합니다. 저는 너무 놀라 무서워 옆에 있으라고 아기처럼 징징댑니다. 저는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 느낌이, 모양이 상상만으로도, (바퀴와)같은 공간에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잠에서 깨어 날 때 저는 아, 이세상이 힘들다, 아이엄마라는 책임이, 어깨가 너무나 버거웠습니다. 그리고 혓바늘이 돋아 아팠습니다. 아기처럼...

저는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자연이란, 지성이란 세상일 것 같은데..

저는 벌레 하나 집에 들이는 것이 너무나 힘듭니다..

책도 한글도 아이에게 의도가 있을까하여 두렵습니다..

책도 곧잘 읽어달라고 하여 바다시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며 읽어주기도 하였습니다. 하루 종일 휘몰아치던 시기가 있기도 하였습니다. 17-24개월 놀기도 밤새 놀고, 책도 쉬지 않고 읽어달라고 하였던 때였습니다. 그후 좀 뜸해지다 요즘은 거의 보지않습니다. 잘 보던 영어책도 안 보려하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드넓고 한적하여 인파없는 공원, 놀이터도 아주 좋아라합니다. 개미도 손으로 누르고, 물장난도 아주 좋아라하지요. 오빠, 언니들 따라다니느라 바쁘기도 하구요. 수족관, 박물관이나 어두운 실내는 그리 좋아라하지 않습니다. 동물원도 좋아하지 않았고, 야간개장 불꽃놀이 갔다가 너무나 자지러지게 '무서워'를 연발하여 에버랜드를 미친 듯이 아이를 안고 주차장까지 내달리기도 하였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하고픈 것 맘껏 할 수 있도록 하여주려 노력하였고 나가고 싶을 때를 제외하고는 집에서 바쁘게 놉니다. 그 중 물장난은 빠지지 않는 것이지요. 오히려 더 어릴 적에는 집에서 노는 것을 더욱 좋아했습니다. 바깥은  바닥의 재질을 따질 정도로 조금 예민했었습니다. 소리에도 민감하였습니다. 늘 안겨 다녔습니다. 바닥에 있는 무엇 하나, 하수구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습니다. 잔디도 한참 후에나 들어갔지요..

제가 요즘 궁금한 것이 안아주고 보호해주고 먹여주는 것만이 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로 하는 전부 일까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과 지성에 저의 두려움이 있어 내가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가 엄마가 해줘야하는 것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숲을 좋아하지만, 벌레는 싫어합니다. 무섭습니다.

바다는 좋아하지만, 바닷속 모래 안에 무엇이 있을지 두렵습니다.

책은 줄 수 있지만, 한글은 주기가 두렵습니다..

영어책은 줄 수 있으나, 회화나 글자는 두렵습니다..

이 네 가지가 모두 제가 볼 수는 있으나 만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두려운 것이지요. 무서운 것이지요.

내가 이리하여도 아이에게 남들처럼 자연을, 지성을 필요한 만큼 채워 줄 수 있을가요?

아님, 내가 이리 두려워도 아이는 자기 것을 채워나갈까요?

놀이터에서 방구벌레를 저에게 먼저 만져보라합니다. 저는 그때 맘속으로 눈을 꼭 감고 손가락에, 손 등에 올려놓고선 '방구벌레다~'했지요. 아이도 주위의 아이들도 깔깔깔 웃으며 좋아라 했었지요. 문정이는 그제 서야 손으로 만지고 누르고 급기야 진짜'방구냄새'가 났었지요. 아이들과 문정이는 더 자지러지게 웃었습니다. 제 스스로도 대견하고 뿌듯했지요..

그런데 그 이상, 저는 무섭습니다. 글자도 아이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두렵습니다..

2층 주택에 살지만 1층에 내려가 다니는 것이, 내려놓은 화분하나 들추는 것이 무섭습니다.집 뒤를 돌아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아이에게 자연은 무대라 하고, 지성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인데...

제가 두려워해도 아이는 그리 두렵지 않았음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겠지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만큼인데, 전 또 제 그릇을 넓혀야 하는 걸까요?

아님, 아이는 제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갈까요?

이 모든 것이 두렵습니다.

                                                                                                         [닉네임: 하얀빛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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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빛 자유님.

글은 올라오는 날 읽었지만 3일을 마음에 두고 내내 생각 했습니다. 님의 두려움이 어디서 온 것 일까?.

긍정적 감정이나 부정의 감정은 없다고 하지요. 감정은 분명히 그 기능이 있지요.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감정의 주요한 기능입니다. 그래서 토니 험프리는 감정을 개방적 감정과 방어적인 감정으로 나누었습니다. 개방적 감정은 사랑이 대표적이고 방어적 감정은 두려움이 주요 감정 입니다.그래서 감정은 크게 사랑과 두려움으로 나눌 수 있고 이 두 감정이 감정의 발달상 최초로 나오는 감정 입니다.

감정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감정을 선택하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두려움을 선택하면 사랑이 사라집니다. 감정을 자신이 선택 할 수 있지만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무의식에서 두려움을 선택하고 그것은 훗날 자동적으로 두려움을 선택하게 합니다. 이미 두려움이 학습된 상태에서는 자각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는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두려움에 노예가 되곤 하지요.

사실 두려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는 기능이 있지요. 위험이 자신의 자아경계선을 넘어오면 화로서 그 위험을 방어 합니다. 그러나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감추면 화를 억압하게 되고, 그 화는 얼굴을 바꿔 두려움으로 표현 되곤 하지요. 두려움이나 죄책감 등은 이 사회가 허용 하니까 화를 그런 감정으로 바꾸어 표현 하곤 합니다.

먼저 자신의 두려움이 어디서 왔는지를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과도하게 두려움을 갖는 것은 아직도 분노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를 먼저 보셔야 하고, 두려움이 실체가 실제의 두려움이 아니라 허상이고 대체된 감정임을 알게 되면 두려움은 많이 사라질 것 입니다.

엄마의 두려움은 다시 아이에게 전달되곤 하지요. 엄마의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두려움은 아이는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흡수합니다. 두려움이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 것은 엄마가 자신의 두려움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복하기 때문 입니다.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면 아이는 그 감정을 표현하고, 그 감정에 대면할 수 없는 엄마는 아이의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함으로써 다음 세대에 정말 주고 싶지 않은 것을 주게 되지요.

과도한 두려움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자각이 필요 하지요. 자각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끌어올리는 과정 입니다. 두려움이 무의식에서 자동으로 일어나면 그 힘은 제어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의식으로 올라오는 순간 더 이상 통제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요.

자신에게 두려움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 두려움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다시 경험하는 과정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방구벌레를 손위에 올려놓고 아이에게 보여준 것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사랑을 선택한 행동이지요. 아이는 그때 지켜볼 것 입니다. 엄마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두려움의 허상은 실제를 경험할 때 사라진다고 했습니다. 죠스를 보고 상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는 아주 예쁘고 귀여운 상어를 직접 만져보게 하면 두려움이 사라지지요. 마찬 가지로 님의 두려움도 이상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부딪치는 과정에서 사라질 것 입니다. 숲, 바다, 책, 영어책은 이상이고 큰 덩어리지만 벌레 , 바다 속에 있는 그 무엇, 한글, 영어회화는 구체적인 것이지요. 더 이상 숨지 마시고 부딪쳐 보세요. 회피하지 마시고 대면하시기 바랍니다.

회피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려는 전략이지요.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으려는 무의식의 시도 입니다. 어릴 때 버림받음은 그렇게 모든 관계에 연장되어 가지요. 구체적인 어떤 것을 시도 하다가 또다시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이상에 머물게 하지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이제 다른 감정도 억압에서 풀려나고 있다는 의미 입니다. 하나의 감정만을 억압 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방어적인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아이의 습득된 두려움도 많이 사라지지요. 엄마가 1도 변하면 아이는 180도 변합니다. 그만큼 아이가 가진 내면의 힘이 강하고 건강하다는 의미 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만도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저는 얼마나 힘겹게 도전 했는지 느낍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 할 수 있는 것 입니다. 내일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아이의 내면의 힘은 위대 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성장 합니다. 다만 우리가 해줄 것은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감정에 공감하며, 함께해주는 것 외에는 해줄 것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