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 때 제일 처음 읽었던 책이 '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였습니다. '이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아이의 마음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엄마입니다.

제가 궁금한 건 저의 큰아이입니다. 18개월까지 맞벌이 부부였던터라 시부모님과 평일을, 저희 부부와 주말을 보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이런 아이라면 10명이라고 키우겠다고 할 정도로 순하고 밝은 아이입니다. 6개월 정도부터 책을 보여줬었는데 울다가도 책만 보면 울음을 그치곤 했습니다. 현재도 어린이집을 가는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책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어린이집에서도 틈만 나면 책을 보려고 한답니다.

집에 있는 모든 책(프뢰벨-영아다중, 영아테마, 말하기, 읽기, 테마동화, 자연관찰, 레벨1, 탄탄스타트, 탄탄동화, 차일드 애플, 글뿌리 성장동화, 프뢰벨 퍼포먼스 영어, 글뿌리 영어)을 거의 외우고 있습니다. 밤에 책 보겠다고 잠을 안 자려고 해서 매일 밤 애를 먹습니다. 동생때문에 계속 읽어줄 순 없거든요.

한글은 애써 가르친 적은 없는데 24개월쯤 통글자를 제법 읽길래 글자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 한글 수업을 시켰는데 2번 하고 그만뒀습니다.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낱말카드를 거의 알고 있고 이대로면 스스로 깨칠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는 책에 단어를 손으로 짚어서 물어보더니 자주 보이는 문장들을 읽더군요. 석 달 전쯤 차일드애플을 들였는데 의미파악이 될 정도로 읽고 요즘은 간판을 읽으려고 해요. 거의 혼자서 한글을 알게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프뢰벨 수업을 2년 가까이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기억력도 월등하고 연상하는 능력이 남다르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말씀하실 때 저도 간혹 놀랄 때가 있었거든요.

근데... 문제는 아이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겁니다. 성격은 밝고 양보도 잘 하며 때를 써서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혼자 놀기를 좋아해 자기 방에서도 두세시간씩 책도 보고 교구도 가지고 놀곤 했습니다. 집중을 할 때면 어떤 소리가 나도 쳐다보지도 않는답니다. 아이에게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대로 뒀는데 오히려 그게 문제가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아이의 그런 성격 때문에 저희는 편했었거든요. 들고 오는 책만 읽어주면 됐으니까요. 근데 너무 책만 보고 또래들과도 어울리지 않아 사회성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일부러 20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아이가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 않아 선생님들도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했었답니다. 현재는 친구들과도 제법 어울리고 눈도 잘 맞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다른 아이들에 비해 주변 사람들과 눈 맞추기는 잘 하지 않습니다. 말을 할 때도 주로 책의 내용을 이용해서 말을 하고 자신이 하는 말을 듣는 사람이 꼭 되풀이해야지만 했던 말을 멈춘답니다.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진 않습니다. 의성어, 의태어를 잘 사용하구요.

책 읽기는 그만둬야 하는 건가요? 저희의 교육 방법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남편도 가정적이라 아이와 관계도 좋으며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야회로 늘 외출하여 자연도 보여주고 스킨십도 자주 하며 애정을 많이 주는데..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서 눈 맞추기를 하지 않는 걸까요? 책 내용 위조의 말하기가 자신의 말을 반복해주는 말하기 습성도 고쳐야하는 건가요? 어떤 방법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조언 부탁드려요^^

                                                                                                                  [닉네임: 가비썬]
====================================================================================

가비썬님.

글을 읽으면서 궁금한 것이 있네요. 부모와도 눈을 맞추지 않는지요? 18개월 동안 할머니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요? 20개월 이후에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는 없었는지요?

책에 몰입하는 것과 책 뒤에 숨는 것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와 눈을 맞추고 사이가 좋다면 아이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입 하지요. 한 동안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빠져 있을 때는 정말 깊이 가기에 그런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할머니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사랑이 풍부한 분이시라면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깊이 몰입하려 할 것 입니다. 아이가 밝고 양보도 잘한다는 어머님의 표현에는 아이의 건강함이 드러납니다.

다만 글을 읽으면서 책 뒤에 숨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는 표현이 있어 마음에 걸리네요. 책 뒤에 숨는 다는 것은 부모와의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배신을 당해 아이가 다른 사람과의 감정적인 교류를 차단하고 자기세계에 갇히는 것을 말 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부모의 무의식을 끊임없이 강요할 때 아이는 감정의 문을 차단하게 되지요.

걱정되는 표현은 20개월 아이의 사회성이 걱정되어 어린이 집을 보냈다는 표현 입니다. 이 표현 안에는 내 아이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어머님의 불안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어머님의 불안은 아이가 그대로 흡수하고, 아이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두려워 할 수 있습니다. 사회성은 다른 사람과의 표면적인 교류관계에서 길러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와의 깊은 애착관계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자존감이 높아지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배우면서 길러지는 것이지요. 20개월 아이는 다른 아이와 어울리는 과정에서 상처받고, 그 상처를 표현하거나 치유 할 방법을 모르기에 결국은 회피의 방어기제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이 두려워 그 눈을 맞추지 않는 것 입니다.

몰입하는 아이는 부모가 그 아이를 보면 편안 합니다. 그러나 책 뒤에 숨은 아이는 뭔가 벽이 있습니다. 아이는 감정의 상처를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기에 그 아이를 지켜보면 불안 합니다. 이런 아이는 책을 부모가 안주면 자신의 불안을 잊기 위해 다른 행동 뒤에 숨게 됩니다.

지성과 감성을 지배하는 두뇌의 영역은 서로 다릅니다. 감성이 상처를 받으면 두뇌는 두뇌 자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감성을 지배하는 영역의 문을 닫는데 이를 야스퍼거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 입니다. 만일 부모가 자신의 불안과 수치심을 감추고, 그 불안과 수치심을 아이에게 돌리면서 아이를 환자로 규정하면 아이는 자신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부모 자신의 무의식이 어떻게 아이를 몰아가는지를 자각하고 아이의 감정에 반응해주면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 한다면 아이는 자기세계에서 나와 남을 배려하는 좋은 사회성을 가지게 되지요.

현재는 친구들과 제법 잘 어울리고 눈도 잘 맞춘다니 몰입이 강한 아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빠와의 관계도 좋으니 그렇게 걱정 할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빛이 강하면 어머님 자신의 내면에 있는 그림자를 선명하게 드러내게 됩니다. 어머님 자신의 사회성에 대한 상처받은 내면 아이의 감정에 대해 대면하라고 아이는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