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 아버님, 안녕하세요?

몇개월 전에 경계심이 심한 아이(23개월 여아)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렸던 엄마입니다.

그렇게도 낯선 곳, 낯선 사람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보이던 아이가 다행히도 이제는 조금씩

세상과 주변에 대해 경계를 내려놓고 친구들과 곧잘 어울리기도 하는 등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아직도 완전하진 않아서 어떤 때는 저한테 완강히 매달려 있기도 하지만 차차 나아질 거라는 믿음에 마음이 놓입니다...

오늘은 아이가 한번씩 잠에서 깰때마다 발작적으로 악을 쓰고 우는 경우가 있어서

도대체 왜 그럴까 싶은 마음에 글을 드립니다. 잠투정이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너무 심하게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악악대고 발버둥치며 뒤집어지기에 무슨 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겁이 납니다.

매번 깰 때마다 그러는 것은 아니구요. 아이가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수면패턴이라 낮잠을 오후 늦게 잘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초저녁 잠을 잔 후 밤에 깰 때 그럴 때는 여지없이 거의 발작적으로 울어댑니다. 잠에서 막 깼을 때 말을 많이 시키면 안 좋다고 해서 첨에는 토닥토닥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달래는데 달랠수록 더 강도가 심하게 울어대고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주면 빠져 나갈려고 몸부림치고 그래서 내려주면 더 악을 쓰며 울어댑니다. 자주 반복되지만 그때마다 당황됩니다. 어떨 땐 조용조용히 달래면서 노래 불러주면 진정이 되는데 또 다음번엔 그 방법이 안 통합니다. 또 어떤 땐 나쁜 꿈을 꿨나보구나, 괴물이 나와서 괴롭혔어? 엄마가 발로 뻥차서 괴물 물리쳤어 이젠 괜찮아... 엄마가 지켜주니까 괜찮아... 뭐, 이런 식으로 달래는 게 통할 때도 있고 또 안 먹힐 때도 있고..

30분 정도 그렇게 달래다보면 완전히 저도 녹초가 되고 한 두 번이 아니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저도 많이 예민해져서 또 울면서 깰까봐 신경이 곤두서곤 합니다.

아침에도 울면서 깰 때는 있지만 정도가 심하진 않구요, 낮에 잠에서 깰 때는 웃으면서 깰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수면패턴을 바꿔주려고 애썼는데 한 두 번뿐이고 다시 밤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패턴으로 돌아가 버리네요...

걱정스런 마음에 여기저기 알아보면 아이 내면에 불안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합니다.

많이 배려하고 특히 돌 무렵까진 더더욱 배려 많이 하고 그 때 그때 즉각적으로 반응해주면서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내면에 불안이 많다니...

아이의 기질 문제인지, 제 양육방식의 문제인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무척 까다롭고, 까칠하고, 신경질적이고, 고집도 엄청 세고 짜증도 잘 내는 아이인데 이 모든 원인이 아이에게 불안이 많아서라고 하는데 그 불안의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 불안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희 친정엄마는 아무리 손녀라도 내 딸 힘들게 한다고  어떨 땐 밉다고 합니다.

주위에서도 제 스스로가 아이를 힘들게 키운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네요.

아이한테 끌려가지 말고 고집을 꺾을 필요가 있는데 제가 그걸 못한다구요...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저 역시 엄마로서의 정당한 권위를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은데 아이가 뒤로 넘어가는 것이 두려워서, 아이의 울음이 두려워서, 배려라는 이름 속에 엄마로서의 권위를 묻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제 내면에 맘껏 울지 못했던, 아니면 울어도 달램을 받지 못했던 아이를 마주할까봐 두려운 걸까요...

한번은 옆집 아이가 우리아이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우리 아이가 자기꺼라고 못타게 하자

옆집 엄마가 그 아이에게 한번만 타는 거야, 엄마랑 약속해요.. 라고 한 후 한 번 태우고 아이를 자전거에서 내리게 하자 그 아이는 더 타겠다고 울고 난리였어요. 그러자 그 엄마가 " 엄마랑 한번만 타기로 약속했지요, 약속 안 지키는 아이 엄마 싫어요...약속 지킬거지요.." 하며 부드럽고 단호하게 얘기하자 떼쓰던 그 아이가 울먹울먹하며 자전거에서 내려 엄마에게 안기고 그 엄마는 "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 사랑해..." 하고 하는데 ...

자전거를 더 타고 싶지만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슬퍼도 참을께요,,, 라는 듯한

그 때 그 아이의 울먹이는 표정을 잊을수가 없네요..

사실 충격이었어요... 그런 설득이 통하는구나... 아이가 엄마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구나.. 엄마는 또 아이의 마음을 잘 알고 달래주는구나....

그 엄마는 아이에게 엄마의 정당한 권위를 잘 심어주었구나.... 아이도 엄마의 권위를 인정하는구나...

이 곳에서 어떤 분이 엄마와의 애착이 잘 형성된 아이는 엄마가 안돼라는 눈빛만 보내도,

고개만 저어도 떼쓰기를 그만둔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요구하는 것이 있으면 어떤 말도

통하지가 않습니다. 반드시 관철시킵니다. 떼를 써서 원하는 바를 얻은 경험이 있어서 일까요...아니면 저와의 애착형성이 잘 안된 걸까요...

한번씩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주위 아이들은 모두들 평범하게 적당히 떼쓰고 적당히 울고 적당히 수월한데

왜 우리 아이는 이렇게 힘들까, 조금만 수월했다면 다른 엄마들보다 화도 덜 내고 잘 키웠을 텐데. 왜 이렇게 힘든 아이로 와서 저도 힘들고 나도 힘들까,,,,

제가 피해의식이 심한 편이라 그럴까요....

이런 마음들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아이의 불안이 더 가중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번에 아버님께서 저한테 무섭게 성장할거라고 하셨는데,

불행하게도 전 지금 무섭게 퇴보하고 있습니다.

두렵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이 자부가 아니라 짐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서...

도와주세요.... 힘을 주세요... 괜찮다고 말씀해주세요...

다들 그렇게 그렇게 엄마가 되어가는 거라고,

나중에 엄마 노릇의 끝자락이 보일 즈음엔 지금 이 시기가 후회가 아닌 그리움으로 남게 될 거라고, 힘들었지만 그립다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다시 이 시간으로 돌아와도 지금보다 더 잘하진 못할 거라고,

지금이 최선이라고 말씀해주세요...

이렇게 다 알면서도 다 잡아지지 않는 마음,

아버님이 주시는 한자락의 위로가 제 마음을 울릴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닉네임:  예은건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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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 건강님.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오셨고 앞으로 아이는 점점 좋아 질 것 입니다.좋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보이네요.

님은 다른 노력은 다 하셨는데 한가지만 회피 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자신의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분노를 두려워하여, 어릴적 받은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감정에 대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네요.

아이는 엄마의 억압된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 하지요. 그것도 밤에 자다가 갑작스럽게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은 엄마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분노를 아이가 흡수한 경우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 모릅니다. 그 화는 아이의 화가 아니라 엄마의 화이기 때문이지요. 엄마가 성을 억압하면 아이는 성적인 행동을 하고, 화를 억압하면 아이는 화를 냅니다.

님은 다른 아이가 엄마의 정당한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부러워하고 있네요. 그런데 자신은 엄마로서의 정당한 권위의 사용을 두려워하고 있네요. 아이가 화를 내면 아이의 화에 대해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화를 달래고 피하곤 하네요. 그것은 자신의 억압된 화가 아이와 대면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올 것 같은 두려움 때문 입니다.따라서 아이는 엄마로부터 진심어린 공감을 받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표현하면 그 순간 엄마로부터 버림받았기에 화가 사라 지지 않습니다.

엄마 자신이 내면에 있는 상처받은 아이와 대면하고, 그 내면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받기위해 자신의 고유함을 포기하고 착한 아이의 가면을 써야했던 고통을 위로하지 않는다면, 엄마는 아이의 분노에 정면으로 대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성장에 자명종 역할을 해 주곤 하지요. 아이가 자다 뒤집어지는 것은" 엄마 제발 엄마도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지 마세요"라고 요청하는 것 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좋은 엄마의 이미지로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말고 엄마의 고유한 자신이 되라는 호소라고 느껴지네요.

제가 무섭게 성장 할 엄마라고 말한 것은 아직도 유효 합니다. 님은 무섭게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감정에 정면으로 대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두려움 때문에 회피 할 수는 없지요. 두려움에 맞서야 합니다. 그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분노는 야단을 치고 매를 드는 것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경계를 부모가 침입 할 때도 오지요. 남이 볼 때는 정말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해 볼 기회를 빼앗은 방임에서도 오며,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위해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는 희생의 경우에서도 오지요.

혹시 자신이 희생하는 엄마는 아닌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아이 마음속으로"를 읽어 보시면 판단 할 수 있는 근거를 획득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 합니다. 그렇게 고뇌 하면서 부모가 되지요. 우리를 알게 해주기에 아이는 우리의 선생님이며, 축복 입니다.

어머님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위대한 힘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정모나 강연 중에 저를 만난다면 예은 건강이라는 닉네임을 꼭 이야기 해주세요. 기억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