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에서 21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크기에 우선 한글보단 영어를 먼저 가르치자 싶어 도만식의 플래시 카드로 아이에게 단어와 함께 그림도 함께 보여주기 시작한지 3개월 되었네요. 아이가 글을 읽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공부하자"라고 하면 놀던 것도 멈추고 뛰어와 빨리 보여 달라고 조릅니다. 어쩌다 제가 깜빡하고 있으면 먼저 제 손을 끌고 가 공부하자하기도 하구요. 언어발달이 좀 늦은 편이라 아직도 몇 마디 할줄 아는 말은 없습니다. 영어로 go, out, two. moon정도 그리고 한국어로 엄마, 아빠, 정도예요. 하지만 아이를 믿고 그냥 매일 밤 플래시카드 만들어가며 열심히 보여주었거든요. 글을 읽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사물인지는 확실히 효과가 크네요.

그런데 요새 제가 부리면 안 되는 욕심이 자꾸 생겨서 어제는 종이에 배웠던 영어 단어들을 적어놓고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햇습니다. 그랬더니 화를 내며 종이를 치워버리더군요. 플래시 카드 보여 줄때는 그리 좋아라 하더니 말이죠. 그런데  난데없이 평소 즐겨보던 한글책을 들고 와서 펼치더니 저 보란 듯이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아장, 아장"하고 읽는 겁니다.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가 말이죠. 그래서 지금 마음속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어요

한글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 건가? 영어가 어느 정도 잡히면 같은 플래시 카드를 한글로 바꿔서 가르치려 했거든요. 진작 그냥 한글을 먼저 가르칠걸 잘못했나 싶기도 하구요. 영어를 주로 쓰며 살아갈 아이라 영어를 더 우선순위에 둔것 뿐인데 아이가 책을 보면서(매일 50권이 넘는 한글 책과 영어책을 봅니다. 아이가 어떤 한글 책을 좋아라 하면 똑같은 책을 영어버전으로 사주기도 하구 그랬거든요) 한글을 깨우쳐 가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건지 감이 안와요.

영어와 한글을 동시에 플래시 카드로 가르쳐도 되는건지 아니면 영어를 조금 멈추고 한글을 먼저 떼 줘야 하는 건지 물어 볼때라고는 여기밖에 없어 늦은 밤 글을 올립니다. 차라리 한국에 살고 있다면 속편이 한글먼저 떼줬을텐데요 ㅠ.ㅠ

그리고 또 한 가지 질문은요.

저희 아이가 두 달 전부터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서 요새는 새벽 3시까지 책을 보다 지쳐 쓰러져 잠이 들어요. 태어나서부터 요람에 책을 넣어주고 같이 재운 탓인지 책을 너무 좋아라해서 장난감을 사줘도 한번 슬쩍 거들떠보고는 다시 책을 봅니다. 의사인 아이아빠는 아이가 저렇게 잠을 안 자면 성장에 방해가 된다며 저더러 억지로라도 재우라고 늘 난리예요. 전 푸름이를 알기에 늘 괜찮다며 설득하지만 잘난 남편이 제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네요 ㅠ.ㅠ

저희 아이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거죠?

밤이 깊어지면 에너지가 더 생겨서 혹시 제가 제우려고 할까봐 끊임없이 책을 들고 오거든요.

오늘은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하러 갔는데 아이가 병원 입구에서부터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엿죠.

겨우 병원에 들어가 억지로 웃옷을 벗기고 잠시 종이에 싸인하고 있는데 아이가 반 알몸으로 문 열고 도망을 치는 거예요. 간호사랑 저랑 잡으러 가면서 어찌나 황당한지요. 3개월부터 시작한 낯가림은 아직도 끝날 줄을 모르고 외할머니를 보고도 대성통곡을 해대는 바람에 저희 친정엄마 마음의 상처가 큽니다 ㅋ

어딜 가면 아무도 자기를 쳐다보면 안 되고 엘리베이터에 누가 같이 타기라도 하면 완전 뒤집어지기에 민망할 때가 많아요.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란 책을 읽고 조금 위안을 얻기는 했는데 그래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곳에서 나 홀로 까다로운 아이 육아는 참 힘드네요. 아이구 어쩌다 마지막에 이런 넉두리들을 적게 되었는지...암튼 오늘도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 중이신 존경하는 푸름이 부모님

늘 감사드리고 푸름이 앞날에 더욱 밝은 빛이 비추라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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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님.

미국에서 외로운 육아를 하시네요.

외로운 육아가 아이에게는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소모임 해외방에 가시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해외방 시삽인 felix님의 글과 해외에서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

다른 어머님의 글을 읽어 보시면 분명한 판단기준을 가지시게 될 것 입니다.

아이에게 영어와 한글을 동시에 가르쳐도 됩니다.

미국에서 살기에 영어를 먼저 주면

아이는 국제인으로 성장 할 기회를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나중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때 힘들 수 있습니다.

먼저 엄마가 잘 하는 언어를 주세요.

어릴 때부터 우리말을 사용하고 우리글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아이는 그것을 기초로 영어도 잘 하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성장한 아이를 많이 만나 보았습니다.

해외방의 enius님의 딸인 미서는 이란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우리말이 유창한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란에서 우리 책을 사려면 어느 때는

6개월이 지나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를 잘 키웁니다.

미국에서 사니까 영어는 당연히 잘 배우니까

우리말과 글을 아이가 배울 수 있도록 더욱 신경 쓰는 것이 현명함 입니다.

플래시 카드를 사용할 때는 조심해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기분 좋은 시간에 친근한 환경에서

아이가 그만 두겠다는 의사표현을 하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그것 입니다.

아이에게 확인이 들어 간 것은 아이를 믿지 못 하겠다는 불신을 표현 한 것 입니다.

또한 아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이지요.

아이는 현재를 살아갑니다.

자신이 싫은 것은 하지 않지요.

그냥 새로운 것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면 아이는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플래시 카드도 좋지만, 그것 보다는 부작용이 없는 책을

플래시 카드 대신에 쓰면 배움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지금 책의 바다에 들어 왔습니다.

이전에는 책의 바다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상식으로 판단 해보세요.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읽고 만족스럽게 푹 잘 때 성장 호르몬이 많이 나올 까요,

아니면 억지로 재우고 야단맞으며, 울고 잠들 때 성장 호르몬이 많이 나올 까요.

저는 전자에 확신이 있습니다.

아이의 낯가림, 할머니를 보고 대성통곡하는 것,

병원에서의 사건 모두가 깊은 애착관계를 보여주는 발달의 지표 입니다.

그나마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 백과가 위로가 된다니 다행입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육아서를 읽어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지나봐야 이것이 이 경험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엄마는 외롭지만 아이는 외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집중 할 수 있는 좋은 환경 이지요.

아이의 성장 발달을 이해하면 할수록

엄마의 외로움은 기쁨과 행복으로 바뀔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