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훈이맘 칼럼 5]
아이의 진로 찾기는
꾸준한 관찰과 시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세상은 늘 부지불식간에 거대한 변화의 파도가 휘몰아친다.
언론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2030년 무렵부터 수많은 직업들이 점진적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기점으로
아이들 진로 찾기가 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 문화의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공부만 하고 성장하다 보니
막상 진로를 정하라고 하면 당황스러워하거나, 정작 자신이
뭘 좋아하고 선호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면에서 나는 푸름이교육법이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정평이 난 유태인 교육법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 한다.
굳이 주입식으로 미리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관한 호기심으로 넘친다.
그래서 어릴 시절부터 부모와 아이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끊이지 않는 궁금증으로 세상을 함께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집 두 아이의 경우, 평소 가까운 생활권내에 있는
이웃이나 어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고
그 직업의 장점과 단점, 예상 보수, 직업으로서의 보람 등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가감 없이 얘기를 해주니 성장할수록
점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돌적인 과거 세대에 비해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부딪혀보지도 않고 머리로만(관념적으로) 그 직업을
상상해 보고 생각만 하다가 금방 접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매일 메달을 향해 피눈물 나게 연습하는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늘 머리로 생각하며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복적인 연습으로 근육도 마침내 지능 같은 것이 생긴다고 한다.
그만큼 머리로 아는 것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면
뷔페에 가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면서 본인 입맛의
호불호를 알 수 있듯이 각종 체험 학습이나 서적,
산업 전시회, 직장 탐방을 통해서 아이들이 간접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충분히 탐색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어렴풋하게나마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진로 선택에 있어 아이의 노력만큼 부모의 섬세한
관찰도 중요하다. 나의 경우도 학창시절 내내 글짓기상은
휩쓰는 백일장 소녀였고 늘 국어, 영어 등 언어 쪽으로는
노력에 비해 높은 점수가 나오는 반면
수학, 과학 등 소위 논리성과 분석력이 요구되는
이과적인 사고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문,이과 지능이 골고루 분포된 카리스마 강하고
권위적인 아버지 욕심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이과로 진학을 했고, 대학시절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으면서도
내 전공에 관한 심한 괴리감과 수업 시간에 늘 혼자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서
모든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려고 노력했다.
예체능쪽에도 나는 무재주인 반면 두 아이는 도자기와
한지 공예를 전공한 시댁 식구의 영향인지 미술에
상당한 소질을 보였다.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아도 쉽게
그림을 그리고, 손재주가 뛰어난 딸아이가 내 입장에서
너무 신기하게 여겨져서 늘 칭찬을 했는데,
어느 날 딸아이가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기는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긴 하지만 풍경화처럼
붓의 터치와 느낌을 중요시하는 그림보다는
꼼꼼함과 세밀함이 요구되는 포스터에 좀
더 자신 있고 강한 것 같다고...
순간 스치는 생각이 학원을 맹목적으로 보내지 않은 덕분에
방과 후에도 많은 여유 시간을 확보하게 된 딸이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본인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 같은 기분이었다.
아들의 경우도 축구와 기계공학을 무척 좋아하고,
초등 5~6년 내내 몰입을 해서 객관적으로 인정 받을만한
상도 다수 수상을 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냉정한 유전자의 법칙 때문인지,
체대 진학을 권유받을 정도로 뛰어난 남편의 운동신경과
평범한 나의 운동신경을 정확히 반반씩 닮아서인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스스로 프로 축구 선수로
성공하기는 힘들다는 걸 최근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축구는 여전히 취미로 즐기면서
스포츠과학이나 기타 각종 스케치, 전기회로 구성 등에
또 빠져 있다.
이상보다는 실리를 선택하는 문화가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서양 아이들의 경우 진로 설계가 무척 구체적이라고 한다.
독일의 경우 초등 고학년이 되면 전문적인 직업 스쿨로
갈 것인지 계속 공부를 할 것인지 일찍 진로를 나누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옷을 좀 좋아한다면 대부분
의상학과나 의류학과 중 각자의 성적에 맞춰
두루뭉술하게 진학한다. 반면에 영국이나 미국의
디자인 학교에 진학하는 서양 아이들은 대부분
세부 전공을 먼저 정해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막연히 의류학과, 의상학과로 뭉뚱그려 정하기보다는
여성복, 혹은 남성복, 아동복, 스포츠웨어 등 보다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목표를 가지고 진학을 해서
유학을 간 동양의 학생들은 그들의 자세에 놀라곤 한다.
덧붙여 어떤 분야로 나아가든
기본적인 공부 습관은 참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루에 10-20분이라도 성실하게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학습지나 문제집을 통해서 학습 태도를 익히는
엉덩이의 힘도 중요하다. 대신 과도한 학습은 절대 금물이다.
사교육 광풍지역인 강남에 살아서인지 요즘 아이들을 보면
학습이 아니라 거의 노동의 수준으로 학대당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학습이란 본연의 한자 뜻처럼 "배우고 익히는 것"이 핵심인데,
요즘 우리나라 학습은 공교육, 사교육을 막론하고
오로지 "학"만 있다.
가끔 저녁 시간에 온 가족이 외식을 하거나 산책을 나가는데
학원가 밀집지역이다 보니 그 늦은 시간까지 학원버스 앞에
길게 늘어선 아이들을 보면 우리 가족은 오히려 깜짝 놀란다.
도대체 저 아이들은 언제 쉴까 싶은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어른들도 회사에서 야근을 반복하면
피로가 쌓여 업무 효율이 저절로 떨어지는데, 우리 아이들
또한 미래에 쓸모 없을지도 모르는 공부를
맹목적으로 하는 듯해 정말 안쓰럽다.
요즘 엄마들이 아이를 학습시키는 방식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이제 겨우 이유식을 시작하는 아기를 잘 먹을 수 있다고
과대평가해서, 아이의 소화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어른들이 먹는 자극적인 음식이 가득한 뷔페에 끌고 가
왜 비싼 뷔페 음식을 안 먹냐고 채근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부모의 의욕이 아이들보다 앞서 있다.
배가 고프면 찬이 별로 없어도 꿀맛이듯,
학습도 과식이 반복되면 저절로 의욕이 감소한다.
대문호 괴테의 어머니가 베개 머리맡 독서에서
늘 마지막 부분을 읽어주지 않음으로서 독서의 목마름을
유지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상당히 지혜로운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의 인생길이든 본인의 의지나 성실성과 상관없이
의도치 않게 헤매거나 방황할 때도 있다.
하지만 성실하게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또 다른 길을 만들고,
결국 자신만의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길을 과감히 권할 수 있는,
늘 깨어있는 부모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글을 쓴 이소영 선생님(닉네임 연이훈이맘)은
푸름이닷컴 13년차 회원으로 중 3학, 초 6 남매를 둔 엄마입니다.
강남 학부모 아카테미, 미술심리상담 부모교육, 서울가족학교 청소년 부모교실,
학부모 독서교육전문가 과정, 강남교육지원청 스토리텔링 영어과정 등을 수료했고,
전시장에서 통역 활동과 교육 매거진 <엔써>의 학부모 기자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진로코치위원과 서울시 청소년 미디어센터
유스내비 강남구 지역장을 맡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