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미래>
디지털 시대,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관한 모든 것
존 카우치, 제이슨 타운 공저 | 어크로스
"아이가 무언가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개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것이 배울 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나는 우리 딸아이 티퍼니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오빠 크리스는 공부를 잘했지만, 티퍼니는 학교 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티퍼니에게 학습장애가
있을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어떤 주제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든, 집에서 우리한테 직접 배우든,
티퍼니는 항상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공예는 어떤 주제든 언제나 잘했다.
티퍼니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딸아이의
가정교사였던 릴리안 리버먼은 티퍼니가
미술에 재능이 있고 '시각적- 동적 학습자 유형'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리버먼은 티퍼니가 손으로 중세 유럽 도시의
모형 주택과 엘리자베스 시대풍의 인형을
만드는 것을 도왔다.
뭘 만들 때면 티퍼니는 항상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티퍼니가 만들기에 가진 열정을,
좀 더 전통적인 학업 영역에서 성과를 보이는 것과
관련지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학에 들어간 티퍼니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때쯤에는 집중하는 법을 익혀서 공부를 곧잘 했다.
하지만 대학 2학년 때 한 여학생회 회원이
티퍼니의 작품을 보고서 "뿅" 가고 말았다.
"정말 기가 막힌데! 너, 미술에 재능을 타고났구나.
대체 왜 심리학과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
이 말에 충격을 받은 티퍼니는 곧 전공을 버리고
미술을 향한 자신의 열정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오티스-파슨스 디자인대학으로 옮기고 전공을
패션으로 바꾸었다.
그 후 티퍼니는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었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절히 동기부여가 된 학생이라면
성공이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티퍼니가 오티스에서
공부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를 기억한다.
티퍼니는 어릴 적 인형을 만들 때와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타고난 재능과 열정을 깨닫기까지,
전 교육이라는 공을 산 위로 힘겹게 밀어 올리면서
14년을 보냈어요. 마침내 산 아래로 그 공을
쫓아 내려올 수 있게 됐어요!"
티퍼니는 그 학교에서 심블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모든 학생이 가장 탐내는 상 가운데 하나였다.
내가 부모로서 티퍼니를 보며 배운 건,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대개 부모와 교사가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티퍼니가 학교에서 학습장애를 겪었던 것은
순전히 동기부여의 부족 때문이었음이 드러났다.
일단 자기 열정과 재능의 '최적 지점'을 알기 시작하자,
티퍼니는 자신이 지닌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었다.
티퍼니를 보면서, 아이를 가르치는 건
아이가 타고난 재능, 관심사, 열정을 찾아내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더 강해졌다.
거의 모든 아이가 이른바 '최적 지점'을
가지고 있음을 나는 여러 해 동안 봐 왔다.
때로는 최적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누구든 잘하는 것에 열정을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열정이 애당초 그것을 잘하는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자기가 무엇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거나,
열정을 느끼지 않는 것을 잘하거나, 또는
그리 잘하지 못하는 것에 열정을 보이기도 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교육자와 부모의 주된 목표는,
아이가 잘하는 것과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내
배워야 할 것과 결부지어서, 자신의 '최적 지점'을
찾아내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언제나 말이 행동보다 더 쉬운 법이지만 말이다.
(76-78쪽)
자기결정이론은 사람들의 선택과 그 이유를 주목한다.
그 선택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무언가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인지를 살핀다.
예로 어떤 학생이 수학문제를 풀며 여가를 보낸다면,
그 이유가 시험에서 'A'를 받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그야말로 수학이 너무 좋아서일까?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후자가 내적 동기라면
전자는 외적 동기에 속한다.
물론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 사이에 걸친
또 다른 동기가 있을 수 있다. 자기결정이론은
이를 고려해 어느 쪽이 얼마나 우세한지 살핀다.
이 두 유형의 동기부여가 갖는 차이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앞서 언급한 비디오게임이나 농구를 하는 아이들처럼
자기 안의 무언가에 의해 동기부여를 받을 때
내적 동기라 하고, 시험 점수나 등급, 상 또는
교사나 부모나 코치 등 주로 외부 요인으로부터
동기부여를 받을 때 외적 동기라 한다.
자기결정이론을 지지하는 교육자들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내적 동기를 더 바란다고 주장한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내적으로 동기부여될 때
학습이 더 오래 지속되고, 해당 주제를 더 잘 이해며,
더 오래 기억한다. 아이가 학교 공부를 잘하려면
내적 동기부여가 중요하지만, 그러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특정한 유형의 외적 동기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습에 관한 지식이 있는 거의 모든 교육자, 연구자,
행정가, 공무원이 내적 동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반해,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등급이나
시험 점수 같은 외적 동기에 의거해 설계되고
시행되어왔다는 건 얄궂은 일이다.
외적 동기는 단기적일 때 좋지만, 우리 교육 시스템은
외적 동기에 초점을 맞춰 설계되었다.
우리는 내적 동기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에 맞춰
교육 시스템을 새로 바꿀 수 있다. 그전까지는
많은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내적 애정을
키워주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81쪽)
진정한 학습이란 다양한 맥락 속에서 무언가를
이해(또는 파악)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가 학교에서 하고 있는 많은 일이 잘못되어
있음을 바로 깨닫게 된다.
교육 회로를 바꾼다는 건 결국 오늘날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을 가르치는 방식을 바꾼다는 뜻이다.
더 이상 학습할 내용을 나눠주고 의미 없는 사실을
암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새로 알게 된 사실과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결합해서 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만들어내도록 가르쳐야 한다.
(10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