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마치 파이프에 지식을 쏟아붓듯이
우리 귀에 대고 소리쳤으며,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이 말해주는 것을 그냥 그대로 암기하는 것 뿐이었다.
우리는 그냥 기억을 가득 채우기만 하면 되었다."
"위장에 고기를 가득 채운다 해서
그것을 소화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우리 안에서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우리 힘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습기가 너무 많으면 식물이 시들고,
기름이 너무 많으면 램프 불이 꺼지듯,
우리의 정신 능력도 공부할 재료가 너무 많으면 나쁜 영향을 받는다"
"무언가를 암기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안다는 뜻이 아니다.
그냥 무언가를 기억 속에 지니고 있다는 뜻일 뿐이다."
- 1533년 생, 몽테뉴가 바라본 당시 학교의 주입식 교육…
스테판 츠바이크의 몽테뉴 평전을 읽다가
만들어진 천재, 몽테뉴의 일생이 흥미로워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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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조상은 프랑스 라루셀 항구에서 생선장사와
선박 중계업을 했고, 훈제 생선과 포도주를 수출하는
무역을 통해 돈을 원하는만큼 벌었던 하층 시민계급이었어요.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으나, 이로 인해 귀족에게
멸시를 당했을거라 추정되는 글이 있어요)
증조 할아버지가 보르도 대주교로부터 몽테뉴 성을 구입하며,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3대에 걸친 신분세탁 작업에 들어갑니다.
에켐 가문이 몽테뉴 가문으로 이름을 변경하였죠.
할아버지는 성을 구입했고, 아버지는 보르도 시장이 됐어요.
이제 남은 건 자식을 귀족으로 키우는 것.
신분이 상승한만큼 자식 교육에 투자를 합니다.
서재를 도서관처럼 꾸미고, 인문주의자들,
교수들을 초청해서 집안에서 놀게 만들었어요.
몽테뉴가 태어나자 3년 동안 유모와 함께 가난한 벌목공의
집에 보내 그곳에서 가난을 체험하게 합니다.
이유는 몽테뉴의 육체적 건강을 위해...
하지만 하층민을 멸시하지 않는 귀족으로 키우고
싶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살이 되자 아버지는 몽테뉴 성으로 불러와
지성인으로, 귀족으로 성장시킬 교육을 시작합니다.
아무런 강제를 하지 않고, 아이의 의지와 소망이
배움을 향하도록, 지성인이 되도록...
독일에서 프랑스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교수와
조수 2명을 불러와 몽테뉴에게 라틴어를 가르칩니다.
만약 하인이 몽테뉴에게 말을 걸어야 할 경우,
독일 교수에게 라틴어를 배워 라틴어로 말을 걸어야 할만큼
오로지 라틴어만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해요.
몽테뉴는 라틴어로 된 책을 읽으며 자랐고,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소리조차 라틴어였다고 해요.
아침에 아이를 그냥 깨우면 섬세한 두뇌를 해친다는 생각에
아침마다 연주자들을 불러 침실에서
플루트,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게 했어요.
몽테뉴는 실내악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날 정도로,
금지된 것 하나 없이, 그가 지닌 성향의 모든 부분이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스카이 캐슬과는
다른 방식의 슈퍼 맞춤형 교육을 받은 사람입니다.
6살에는 규칙을 배워야 하는 시기.
(학자들이 추천하는 프로그램대로 진행했어요.)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좋은 학교라는 보르도의
콜레기움에 입학했으나.... 이 때부터 몽테뉴의 암흑기가 시작됩니다.
자유롭게 책을 보며, 알고 싶었던 내용을
스스로 공부하던 몽테뉴는 주입식 교육을
아주 힘들어 했어요.
특히 암기하는 것이 힘들어서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했을 정도.
멍한 상태로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13살에 학교를 그만둡니다.
백수 시절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이 똑똑한 천재는 청소년기를 암흑기로 표현합니다.
이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법관으로 지내다가,
38살에 대법관 승진을 거부하고 사표를 냅니다.
자신의 삶을 되찾겠노라고...
이후 몽테뉴는 성의 외진 탑에 서재를 만들고
그곳에서 은거하며 책만 읽고 지냈어요.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쓴 책이 몽테뉴의 에세이…
그냥 몽테뉴의 <에세이>라 하면 쉬울 텐데, 더 있어 보이려고
한자로 표기해서 <수상록(隨想錄)>이라고 번역했어요.
수상록 "학문" 편에서 발췌한 이 발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위장에 고기를 가득 채운다 해서
그것을 소화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우리 안에서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우리 힘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