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증명하고 설명하는 수학수업 

가진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5명의 가족이 

두 차례에 걸쳐 세계 여행을 떠났던 "솔빛별네 가족"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세 딸 중 막내 조한별이 

세인트존스 대학을 졸업하고 쓴 책이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입니다.

한국에서는 수학이 싫어 20점 이내의 점수를 받았는데,

수학의 고전에서부터 현대 수학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책을 읽고 나서 수학이 재미있고 놀라운 

학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인트 존스의 

수학 커리큘럼을 그녀의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153쪽~160쪽 전문입니다.

고등학교 때 나는 수학을 지지리도 못했다. 

보통 시험은 오지선다로 다섯 개 번호가 

공정한 비율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한 번호를 찍으면 

최소 20점은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수학 점수는 20점을 넘은 적이 별로 없다. 

20점도 못 넘는 내 성적을 보며 수학이 나를 

싫어하나 보다 생각했고, 대학에 가면 수학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긍정적 마인드를 발휘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꿋꿋이 이겨냈다. 

그런데 세인트존스에 왔고, 수학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4년 내내 수학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다니, 

울며 겨자먹기로 첫 수업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세인트존스의 수학은 여태껏 알던 수학과는 달랐다. 

수학 수업이 기다려졌고 매번 흥미로웠다. 

진정한 공부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다음은 세인트존스의 수학 수업에 관한 학교 측의 설명이다. 

수학은 인간의 지성을 윤택하게 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수학 튜토리얼은 

학생들이 자연의 본질, 수학의 목적, 정의와 원칙에서부터 

필수적인 결론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과정과 논증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기를 요구한다.

4년의 교육과정 속에서 모든 학생은 순수수학, 

수리물리학 그리고 천문학을 배우며 엄격한 사고와 

조리 있게 설명하는 법을 발달시킨다. 커리큘럼을 뛰어 넘어 

끊임없이 탐구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키운다. 

이것이 세인트존스가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다. 

그리스 수학, 기하학, 그리고 천문학 

1학년 수업은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으로 시작한다. 

1학년 수학 수업의 첫날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유클리드? 그게 뭐야" 하면서 수업에 갔다. 

그리고 1시간 15분 내내 유클리드의 23가지 정의와 

5가지 공리, 공준을 가지고 토론했다. 

이런 토론이었다. 

"유클리드의 정의 3번, 선의 양 끝은 점이다. 동의하니?" 

선의 양 끝이 점인지 아닌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오간다. 

누군가는 동의하고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고, 누군가는 

모르겠다 하고... 아무 것도 결정된 것 없이 다음 정의 

"직선은 점들이 곧게 늘어서 있는 것이다"로 

넘어가는 식이었다. 

아주 희안하다 못해 이게 수학인가 싶었다. 

공리, 공준에 대한 토론은 더했다. 

"같은 것에 같은 것은 서로 같다" 

"같은 것에서 같은 것을 더하면 서로 같다."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 

이런 것들에 대한 토론이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다음 수업에서까지 토론이 이어졌다. 별생각 없이 

그래, 그런 것 같아 하고 넘어가는 것들도 있었다. 

1학년 한 학기 동안 유클리드 기하학을 증명하면서 

그리고 4학년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배우면서도 

이 정의와 공리, 공준은 끊임 없이 튀어나왔고 

후에 '왜 이것들이 필요했는지' 알게 되었다. 

기하학뿐만 아니라 유클리드가 숫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숫자와 매그니튜드(magnitude) 사이의 관게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기하학원론>을 통해 살펴본다. 

유클리드 공부는 가정을 입증해 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명료한 논리적 증명을 소개하는데, 

우리는 이 증명 과정을 외워서 수업 시간에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는 식으로 공부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했다. 

유클리드의 <기하학원론>은 아무 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이라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리, 공준과 정의에서 츨발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정의들을 도출하고 증명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학생들은 1학년 1학기 동안 유클리드를 배우며 

순수이성적 사고의 체계적 틀을 다진다.

1학년 마지막 8주간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를 읽으며 해의 움직임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을 했는지에 초점을 ��춘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유클리드로부터 얻은 기하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천체에 관한 새로운 탐구를 시작한다. 

<알마게스트>를 통해 학생들은 '어떤 물체가 움직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같은 

앞으로 4년간 계속될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천문학, 원뿔 곡선, 현대수학으로의 전환

2학년 수업에선 전통 천문학과 수학의 

두 가지 본질적 변화 과정에 대해 공부한다.

1학기 때는 프톨레마이오스의 행성 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의 프톨레마이오스 사상 

개선안을 접하며,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옮겨가는 과정을 배운다.

이 부분을 배울 때는 허겁지겁 따라가는 것만으로 벅차니, 

다 배우고 나서야 '지금 우리가 행성이 타원형 궤도를 

그린다는 걸 배운 거야?' 하고 깨닫는 식이다.

나머지 학기는 아폴로니오스의 월뿔곡선론을 공부하고 

현대 수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데카르트의 기하학을 공부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사물의 본질과 

그것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에 관한 데카르트의 사상과 

고대 사상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기도 한다.

2학년이 끝나기 전까지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대수학 시험 통과다. 

3학년 때는 미적분을 배우기 때문에 

학교에선 1, 2학년을 대상으로 대수학 시험을 보게 한다.

(꽤 자주 있고, 주로 토요일 낮에 다이닝홀에 모여 시험을 본다)

1학년 때부터 시험을 보고 2학년까지는 시험을 통과해 

기본 대수학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미국 학생들에게는 정말 식은죽 먹기다. 

수학을 못하는 나 같은 학생도 쉽게 통과했다.

미적분학과 그 토대

3학년 수학 수업에서는 움직임의 연속성, 무한대와 

무한소에 대한 끊임 없는 질문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것들은 나중에 우리를 새로운 형태의 수학인 

미적분학으로 이끈다.

3학년은 아르키메데스의 포물선의 구적법과 

그 방법들을 살펴보며 시작한다.

적분의 초기 형태를 배우고 갈릴레오의 <새로운 두 과학>

을 통해 그가 말한 포물선에 대해 읽는다.

파스칼의 삼각형, 라이프니츠와 베르누이를 통해 

미분방정식, 계차법, 변곡점 등 미적분을 배우다가 

우주의 역학 운동에 대대적인 관점을 불러온 

뉴턴의 <프린키피아>로 넘어간다.

뉴턴은 1학기 후반부터 2학기 초반까지 

거의 6주간 공부했는데, 1학년 때의 유클리드처럼 

너무나 재미있었던 수업이었다. 물론 어렵다. 

하지만 끙끙대면서도 하다 보면 

수학이 이렇게 놀라운 거구나 감탄하게 된다. 

특히 뉴턴을 공부하면서, 우주의 작용 원리를 

유클리드부터 쌓아온 도형들과  기하학에 대한 지식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2학기부터 개인적인 사정으로 반이 바뀌어 

새로운 수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 수업은 당시 3학년 튜터들 중에서도 깐깐하기로 유명한 

젊고 똑똑한 튜터가 담당하는 수업이었다.

다른 수업들에선 학생들이 책을 보면서 증명해도 됐지만, 

이 수업의 튜터는 우리가 증명 과정을 모조리 외워서 

책을 보지 않고 발표하길 원했다.

'어떻게 이 과정을 외워!' 하면서 매 수업 긴장되고 

미친 듯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더 자극이 됐고 재미있었다. 

매번 수업을 들으러 갈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 

흥분의 미소를 띠고 교실을 나오곤 했다.

나머지 2학기는 무한의 개념에 집중한다. 

테일러 정리와 오릴러의 수e를 배우고 데데킨트로 넘어간다.

<숫자 이론>을 읽으며 숫자의 의미, 

숫자의 연속성에 관한 체계를 배우고 다시 무한대와 

무한소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데데킨트를 배우면서 0의 매력에 흥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태어나서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숫자라는 개념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칸토어의 집합론, 초한수까지 간략히 맛본다.

비유클리드 기하학, 상대성이론, 현대 수학의 쟁점들

1학년 때 유클리드, 2학년 때는 데카르트, 

3학년 때는 뉴턴이었다면, 4학년은 아인슈타인의 학년이다. 

1학기에는 <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을 읽고, 민코프스키의 <공간과 시간>을 

발췌해서 읽으며 수학을 좀 더 긴밀하게 물리와 연결시킨다. 

포물선을 가지고 시공간을 표현해보기도 하고, 

보는 것은 생각하는 것의 한계인가? 라는 

철학적 고민도 하면 아인슈타인을 공부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수학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게 4학년 때에는 3년간 배운 유클리드, 코페르니쿠스, 

뉴턴이 아인슈타인과 연결되고 합쳐진다.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고 

순수한 사고를 훈련하는 도형의 체계적 시스템에서 시작해 

우주의 작동원리로 연결됐다가, 시공간의 개념을 가져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 유명한 E=mc2를 증명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공부를 한다. 

아인슈타인이나, 시공간을 배웠다기보다는 

그 과정을 한 번 따라가 봤다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아무리 4년을 공부했어도 우리가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은 

몇 시간 토론하고 넘어갈 수 있는 종류의 

지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2학기 때는 로바쳅스키의 

<평행선 학설에 관한 기하학적 연구>를 읽고, 

1학년 첫 수학 시간에 배웠던 유클리드의 다섯번째 

공리의 모순에 대해 머리 아프게 고민하며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집중한다. 

어떤 반은 칸트의 <공간과 시간>을 읽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기하학과 경험> 또는 앨런 라이트먼의 

<아인슈타인의 꿈>을 읽기도 한다.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수학 원리>,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를 

발췌해서 읽으며 수학을 논리학적으로 바꾸는 과정과 

공리론, 모순 등에 대해 고민하며 4년간의 수학 공부를 마친다.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조한별 저 | 바다출판사  

♥ 100% 토론식 수업을 하는 세인트존스 대학

하버드 의대도 2019년부터 인공지능시대에 맞춰서

학습자가 온라인으로 미리 학습을 하고 와서,

오프라인에서는 교수와 학생이 토론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수업방식을 채택한다고 해요

대학뿐 아니라 많은 초중고에서 플립러닝 방식을 

검토중이거나 채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