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수학자들이 말하는 수학 잘하는 법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 전시장에서
세계 수학자 대회가 열렸습니다. 4년 마다 열리는
이 대회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수학분야 최고의 상이자,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식이 열리기 때문인데,
필즈상은 40세 이하의 수학자에게 주는 상이라는 점이
독특하네요.
왜 40세 이하에게만 수상을 할까요?
그런 설명은 어디에도 없고,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라고는
4라는 숫자뿐.
4년마다 개최, 4인의 수상자, 40세 미만.
올 해는 수상자는
아르투르 아빌라(Artur Avila, 35세, 프랑스),
만줄 바르가바(Manjul Bhargava, 40세, 미국),
마틴 헤어러(Martin Hairer, 38세, 영국),
마리암 미르자카니(Maryam Mirzakhani, 37세, 미국)입니다.
어떤 업적으로 수상을 했는지는 봐도 모르겠고, (ㅠㅠ)
세계적인 수학자들의 인터뷰 내용들 중
수학교육에 관련된 발언들을 뽑아보았습니다.
♥ 만줄 바르가바(40)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2001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불과 2년만에
프린스턴 역사상 두번째로 젊은 나이에 정교수로 임용된 ‘수학 천재’
그의 부모 모두가 수학자였답다네요.
“수학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떤 압박도 없이
마음껏 사고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정 환경에 있습니다.
부모님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지 하라고 하셨습니다.
몇 개월 동안 학교 안가고 인도에 다녀온다고 해도 기꺼이 허락하실 정도였죠.”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적극 밀어주는 집안 분위기 덕분에
헤지펀드회사 등에서 고액 연봉 제의가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고
수학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더 재밌는 일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연봉의 10배를 더 준다고 해도
옮길 생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며
즐길 수 있는 일을 앞으로도 할 것입니다.”
수학 교육의 문제
"많은 나라들이 '이게 문제니까 풀어라' 하는 식으로
수학을 가르칠 뿐, 문제해결 과정이 보여주는 예술을
가르치지 않다 보니 재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마트에 쌓여 있는 오렌지들이
피라미드 형태인 것을 보면서
'왜 피라미드 모양일까, 어떻게 최대한 많이 쌓을 수 있을까,
좀 더 복잡한 모양을 갖게 된다면 어떤 구조가 될까 등을
생각하면서 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난제를 만났을 때 해결하는 방식은?
“해결책을 찾기 힘든 문제에 직면하면
수학을 잠시 멀리하고 다른 일을 한다.”
“음악을 듣거나 직접 악기를 연주하다보면, 문득 해법이
떠오르거나 다시 몰두할 수 있는 의지가 생긴다”며 “
수학 자체가 어떤 패턴을 찾아가는 예술 과정이라
음악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네요.
♥ 미르자카니 교수(37세)
1977년생인 미르자카니 교수는 이란이 배출한 세계적
수학 천재로 현존하는 여성 수학자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답니다.
하버드대에서 2004년 박사학위를 받은 뒤,
스태포드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미르자카니 교수가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수학올림피아드 대회를 참석하면서부터 였다고 하네요.
"저도 12세쯤엔 제가 수학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른 것을 공부하겠다고 생각했어요.
10대에게는 특히나 수학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하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학창 시절 곁에서
동기 부여를 잘해주는 선생님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최고라는 이야기네요.
♥ 마틴 헤어러(39세) 영국 워릭대 교수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수학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아마데우스’라는 음악 편집 프로그램을 개발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헤어러소프트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입니다.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학까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갖춘 게
그의 장점이라 하는데, 주식을 예측하거나 분석하는 데 쓰이는
편미분 방정식과 확률 편미분 방정식 연구에서
불가능해 보이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이론을 제안한
공로를 인정받아 필즈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학을 사랑하는 이유
“지구과학이나 생물, 화학 등 기초과학의 법칙과 명제들이
새로운 이론에 의해 깨지는 것과 달리
수학은 영원성을 지닌 게 매력입니다.”
“2000년 전에 성립된 수학이론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처럼
한번 성립된 수학의 이론과 명제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학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는 “궁금한 점을 아버지께 여쭈면 그때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넓은 수학의 세계를 알려줬다”며
“그렇다고 아버지가 수학 공부를 강요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합니다.
♥ 황준목 고등과학원 교수
한국인 최초로 세계수학자대회 기조 강연을 했던 분입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계산에 약한 수학자
“가끔 제가 말하는 건데요. 수학은 스포츠와 같습니다.
많은 종목이 있는데, 육상선수가 반드시 수영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요. 수학자라고 해도
계산에 능한 수학자가 있고 아닌 수학자도 있습니다.
저는 계산에 참 약해요.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 얼마나 빠르게 계산을 하느냐만을 두고
수학 능력을 측정하잖아요. 수학적인 사고, 수학적인 훈련에는
다른 것이 있다는 사실도 배워야 할 텐데요....”
♥ 수학대회 참석자 파엔자 교수
수학에 대한 대중서를 많이 쓰신 아르헨티나의 수학분야
베스트 셀러 작가로 출판 계약을 할 때 온라인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것을 계약 조건에 넣는 답니다.
전세계가 물질적인 빈부격차뿐 아니라
지식의 불평등도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나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르헨티나 공교육의 상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은 정치와는 잘 안 맞는다”며 “수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만 집중해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면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요청한 교육부장관직과
과학기술부장관직을 고사했다고 합니다.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학생들은 수학이 실생활과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느끼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부모나 교사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며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건 몹시 당연한 반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어린아이가 비디오 게임을 하다 암호를 만드는 방법이
궁금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수학이 필요한 것을 알면
수학에 관심을 갖겠죠. 자기 생활과 관련이 있는
수학 주제를 통해 수학을 배워야 쉽고 재미있습니다”
“학생뿐 아니라 대중이 수학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제대로 된 문답법’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던지는 질문이 수학을 좋아하게 될
열쇠라는 뜻. 특히 오늘날 수학에서 질문이 중요하다고
강요하면서도 정작 학생들이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나
올바르게 답하는 법에 미숙하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질문을 잘 듣고 질문 자체에 대한 답을 줘야 합니다.
그저 더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해선 안 되는 거죠.
반면 답을 너무 빨리 줘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뺏어서도 안 됩니다.
게임이나 탐구활동 등으로 스스로 궁금증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거트마틴 그로이엘
"학생들에게 문제를 빨리 풀게 하는 것은
풀이 과정 이해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움이 안 된다."
"새로운 수학개념을 배웠다면 친구에게 말하듯
공식을 표현해보는 것은 어떨까.
공식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은 좋은 공부 방법이 될 것"
♥ 지난해 필즈상 수상자 세드릭 빌라니(41)
프랑스 에콜 노르말 리옹대 교수 겸 앙리푸앵카레연구소장
수학을 즐겁게 잘 하는 방법은
"어렵다는 것 받아들이고 직접 풀어봐야"
빌라니가 말하는 수학을 잘 하는 방법은 안타깝게도
"기적적인 해법은 없다." 다만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에 적극 개입할 것'과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을 때의
두려움을 자랑스러움으로 극복해야한다' 조언했다.
"기본적으로 수학이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학은 역사과목과 달리 몇 년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수긍하고 동의해서만 안 된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생각하고 연구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제를 풀어보지 않으면 문제 자체를 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오답을 내더라도 '나는 바보인가'가 아니라
실수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랑스러워해야
수학을 적극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음은 빌라니와 한 중앙일보의 인터뷰 내용
수학에서 나는 배운다, 다르게 생각하는 法을!
- 한국 방문이 처음인가
“공식 방문은 처음이지만 관광차 한 번 갔던 적이 있다.
한국은 혁신·교육과 관련해 늘 언급되는 나라다.
훌륭한 수학자도 배출했지만 공학 실력으로 특히 유명하다.
최근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의 실험실을 방문했는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석유굴착 플랫폼을 한국인이
설계했다고 하더라. 삼성 같은 회사는 두말할 것도 없다.”
- 영화 ‘ 왜 나는 수학이 싫어졌을까’는 어떤 내용인가
“수학자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혹은 로드무비다.
수학자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대화하는지,
또 수학자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주제는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 제목처럼 많은 이들이 수학을 싫어한다
“수학은 까다롭다. 피해갈 방법이 없다.
수학은 ‘철저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과 실제 세계의 관계를 이해하자면
인내와 호기심을 가져야 하고,
실수를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한다.
수학은 ‘정말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It is really learning to think differently).”
- 당신에게 수학은 어떤 의미인가, 무엇이 당신을 매료시켰나
“내게 수학은 사랑이자 삶이다.
다른 과학을 이해하는 수단이자, 과학을 뛰어넘는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길이다. 수학은 내가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예술 작품’(수학적 증명)을 만들게 해줬다.
그간 수학에 대해 말하고, 설명하고, 듣기 위해
40여 나라를 여행했다.
이번 학년도만 해도 22개국을 다녔다.
수학은 다른 이들의 생각과 영혼에 다가가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 매력을 일일이 말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평생을 바쳐 사랑할 대상에 대해 굳이 이유를 대지는 않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