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손학규 후보 지지 표명 아님)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 그런 시험에서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자신과 화해한 자만이 공정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자신과의 조화가 깨지고, 자기로부터 거부당하고 자포자기하고

자기를 불신하거나 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은 고반응성 물질이 된다.

불안정한 화학원소 모양으로 손에 잡히는 아무 것하고라도 

결합하려 드는 것이다. 그는 초연할 수도 평정을 유지할 수도 

스스로 만족할 수도 없어 어떤 것에든 전심전력으로 

매달리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한다." 

"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할수록 

자신의 국가나 종교, 인종의 우월성을 내세우게 된다."  

"돈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상투어를 만들어 낸 사람은 

악의 본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인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주는 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가는 인간을 

배출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이 외에도 주옥같은 명언들이 많은데요

(특히 대중운동에 대해서는...), 모두 길 위의 철학자라 

불리는 에릭 호퍼 글을 인용한 것입니다.

여러 책에서 에릭 호퍼의 글을 인용하기에 <맹신자들>을 샀어요. 

읽다보니 에릭 호퍼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자서전인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죠. 

퇴근길에 책을 반납해야 하기에... 

그냥 반납하기 아까워 아무 곳이나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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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호퍼는 단 한 번도 학교에 다닌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독일계 이민자로 가구 제조공이었는데, 

영어와 독일어로 된 철학, 수학, 식물학, 화학, 음악 등 

여러 분야의 100여 권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호퍼는 어린시절 그 책을 가지고 크기별, 두께별, 표지색깔별로 

분류하며 놀다가 영어와 독일어를 구분하게 되었고, 

이어 5살 무렵 글도 스스로 읽게 되었다고 합니다. 

7살 때 엄마와 함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며 시력을 잃었고, 

엄마는 그 후유증으로 2년 뒤에 사망합니다. 

15세쯤 시력이 회복되었는데, 시력 회복이 일시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 때부터 오로지 책만 읽었다고 합니다.   

1920년, 아버지도 마흔 살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죠. 

가구조합원이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 300달러를 주자 

뉴욕을 떠나 LA로 이주한 후 LA시립도서관에서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책만 읽었다고 합니다. 

돈이 떨어지면 무료직업소개서를 찾아가 일자리를 구하고, 

돈을 벌면 다시 일을 그만두고 1년 동안 책을 읽었답니다. 

그렇게 독학으로 대학 과정을 마쳤다 하는데, 전공을 몰라요. 

(어떤 책을 읽었다는 내용은 없어요.)

28살까지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다시 돈이 떨어지고 일을 해야하는 시점이 돌아왔을 때 

문득 자살을 결심합니다. 마지막 남은 25센트로 수산염을 

다량으로 구매해 수산염을 넣은 약병에 물을 반쯤 채우고, 

그 물을 마시며 무작정 걸었답니다. 

독이 빨리 몸에 퍼지도록 뛰기도 하다가, 다시 걷다가 

토하기를 반복하며 살아났어요. 자살에 실패한거죠. 

이때부터 떠돌이 생활을 결심합니다.

약병을 들고 시골길을 걷다보니 

세상이 아름다웠대나 뭐래나 하면서... 

이후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합니다. 

여러 지역을 다니며 오렌지를 따고, 레스토랑 웨이터를 하고, 

사금을 채취하고, 부두 노동자로 일하고... 

한 번은 사금을 채취하러 산에 오르기 전에 

쌓인 눈으로 오랫동안 발이 묶일 것을 대비 책을 한 권 샀습니다. 

1000페이지 이상되는 두께에, 글자가 적고, 그림이 없으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으로 헌책방에서 산 것이 <몽테뉴의 에세이집>. 

눈에 발이 묶일거라는 예상은 적중했고, 그 시간동안 

몽테뉴 에세이를 반복하며  거의 외울 정도였답니다. 

(3번 반복으로 외울 정도라 하네요...) 

그러고는 우리 호퍼가 달라졌어요.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죠. 

만나는 사람마다 질문을 해오고, 답변을 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식물학자이자 교수도 해결하지 못한 

식물의 백화현상을 해결하며 연구직에 있을 뻔도 했지만 

정착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거절합니다. 

버클리에서는 사랑하는 여인 헬렌을 만났지만 

역시 방랑자의 길을 택합니다. 

그녀는 내가 물리학 분야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수학에 대한 나의 비범한 능력으로 

또 다른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별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나를 원더맨으로 만드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작심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건 순전히 미친 짓이었다. 나는 헬렌을 깊이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의 기대를 정당화하는 데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을 소비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함께 살면 나는 한 순간의 평화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나는 길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수확절이 다가오자 나는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버클리를 떠났다. 

 (121쪽) 

내가 헬렌에게서 달아난 이후로는 몇 년 동안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별은 마음과 몸 모두를 해쳤다. 

전에도 아야기했듯이 나는 결코 회복된 적이 없었다. 

 (166쪽)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면서까지 호퍼가 원했던 것은 배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고, 경험하고, 깨닫기. 

그리고 일과 삶의 조화. 

말년에 거주한 호퍼의 집은 방 하나에 부엌하나, 

조그만 발코니에 침대와 책상이 전부였습니다. 

그 흔한 안락의자, TV, 라디오, 축음기는 물론 

벽 그림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부두 노동자를 볼 수 있게 발코니에 

망원경 하나라도 두라고 했지만, 그렇게 한다면 

대포도 하나 장만해야 할 거예요. 일 하지 않는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 버리고 싶어질 테니까요." 라고 말할 정도로 

호퍼의 철학에 노동이 차지하는 자리는 큽니다. 

하지만 일과 후의 삶도 중요해서 

하루 6시간 노동, 1주일에 5일 이상 일해서는 안 되며, 

일이 끝난 뒤에는 실질적인 생활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질적인 생활이란 "배우는 생활"입니다. 

"우리가 자유와 정의, 평등 등을 가졌을 때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들이 사회의 생명을 이루는 속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은 의미 있는 생을 살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하루 6시간만 일을 하고, 그 다음에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추구한다면 은퇴는 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한 평생 나는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사색해 왔습니다. 

번쩍이는 모든 생각들은 일을 하던 중에 떠오른 것들입니다. 

아마 머리를 아래로, 엉덩이를 위로 하는 것이

(상체를 숙이고 일하는 자세) 사유의 가장 좋은 자세일 겁니다. 

동시에 두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영혼의 

스트레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생산적이지요." 

평생 노동자로 생활하며 생각을 해 왔던 철학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저녁이 있는 삶!!" 그리고 "배우는 삶!!" 

그는 어떤 일을 하든, 모든 이들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일과 삶은 조화를 이뤄야 하고 

배우는 삶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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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수상록>에 대한 발췌 글 일부는 아래 링크에...

♥ 자기만의 보루 지키기 

♥ 어릴 때는 비싼 물건 사주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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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독서만으로 학습이 가능할까" 라는 글이 있었는데요, 

독서만으로 학습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이 글도 추가합니다. 

어떤 책을 읽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 독서만으로 학습이 가능할까?